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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명동에 자리한 창고극장에서는 연극 <금관의 예수>가 공연 중이었다. 문학반 친구들, 학교 선생님과 함께 이 연극을 보러왔던 고2 남학생은, 불이 꺼진 극장 안에서 환하게 빛나는 무대와 그 위에서 움직이고 말하는 배우를 보며 까만 우주 안에 떠 있는 지구, 그리고 그 위에 살고 있는 인간을 떠올렸다. “경이로웠어요. 그때, 이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싱글즈>에서 주인공 나난을 괴롭히던 얄미운 ‘천 과장’ 조희봉(33)은 자기 앞에서 갈라지게 될지 모를 또 하나의 길과 이렇게 조우했다.상대 출신의 아버지처럼 경제학과로 진학한 그는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2년 전의 그 우주를 직접 경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들의 귀가시간이 늦는 이유를 용납할 수 없었던 아버지가 늘 문 앞에 서 계셨다. 가방을 내주고 나면 아버지는 대본을 꺼내서 찢기 일쑤였고, 그는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는 대신 ‘공부 못해서 연극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7학기 때까지도 열심히 공
˝ 연기,경이로운 까만 우주에 떠있는 지구˝ <싱글즈> 배우 조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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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안젤리나 졸리는 홍콩에서 <툼레이더2: 판도라의 상자>를 찍고 있었다. 그곳에 함께 머무르던 제작사 직원은 촬영현장을 찾은 취재진한테 졸리를 인터뷰하면서 두 가지 질문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편 빌리 밥 손튼과 아버지 존 보이트에 관한 것. <툼레이더>가 개봉할 무렵, 졸리는 오랫동안 소원했던 아버지와 친밀해졌고, 남편 덕분에 “진짜 가족”이 생겼다고 과시했었다. 그리고 3년 뒤, 졸리는 다시 혼자 남았다. 캄보디아에서 입양한 두살배기 아들이 있지만, 졸리는 “내 결혼이 끝장나면서 가장 좋은 친구였던 손튼과의 우정도 끝나버렸다. 지금 나는 너무 슬프고 화가 난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때 “나는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이들처럼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던 자존심은 여전히 빛이 나고 있었다. 몸에 딱 붙는 티셔츠 위에 파카를 걸치고, 긴 갈색머리를 힘주어 묶은 졸리는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마디 한
대등한 힘을 가진 남자와 싸우는 것은 매력적이다,안젤리나 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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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은 천개의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네 생살을 찢게 될 거야. 몇몇 사람들이 그래서 피를 흘리고, 너 자신도 별수 없이 피를 흘리게 될 거야. …그리고 그 모래 폭풍이 그쳤을 때, 어떻게 자기가 무사히 빠져나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너는 잘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아니, 정말 모래 폭풍이 사라져버렸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지. 그러나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해. 그 폭풍을 빠져나온 너는 폭풍 속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네가 아니라는 사실이야. 그래, 그것이 바로 모래 폭풍의 의미인 거야.… ” -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중에서
한때 그도 모래 폭풍 속에 있었다. TV를 틀면 온통 ‘유지태표’ 웃음으로 무장한 광고들이 소비자를 향해 아귀처럼 달려들었고, 많은 청춘영화의 시나리오들은 그의 눈길을 기다렸다. 그의 허무한 대답들은 여기저기 과장되어 해석되었고, 그의 엉뚱한 몸짓들은 대중의 기대 속에 박제되었다. 모든 곳에 유지태는 있었지만 그 어디에도 유지태는
<올드보이>로 스크린에 다시 선 유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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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지난 6월30일과 7월30일, 두 차례 현장을 공개했다. 영문도 모른채 15년간 사설감옥에 갇혔던 남자가 자신을 가둔 인물을 찾아가 복수하는 이야기인 <올드보이>는 일본의 동명만화가 원작인 작품. 박찬욱 감독은 얼핏 <복수는 나의 것>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를 전작과 전혀 다른 영화라고 강조한다. “<복수는 나의 것>이 건조한 스타일과 정반대되는 풍요로운 스타일의 영화이며 과잉의 영화”라는 것이다.6월30일 공개한 파주 아트서비스 세트장 내 촬영장면은 약간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최민식이 연기하는 오대수가 자신이 갇혔던 감방을 찾아가 격투를 벌이는 이날 촬영에서 최민식은 장도리 하나를 들고 십여명에 이르는 건달을 물리친다. 하지만 오후 2시 무렵부터 준비에 들어간 액션장면 촬영은 2시간이 흘러도 별 진척이 없다. 수십번 리허설을 거듭하는 최민식의 온 몸은 금방 땀에 젖었고 한차례 리허설이 끝날 때마다 거친 숨을 몰아
악에 받힌 액션,태연한 응대.<올드보이>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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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가 블록버스터 <니모를 찾아서>, <캐리비언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 흥행성공으로 미국내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데일리 뉴스는 5일 디즈니가 사상 최단기간내에 10억달러 고지에 올랐다고 전하면서 디즈니 계열사인 부에나 비스타 영화배급사 척 비안네 사장도 "앞으로 속편보다는 원작위주로 영화를 제작한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디즈니가 달성한 10억달러 매출은 이번이 통산 8번째로 지난 해보다 3개월 사흘 단축된 것으로 지난 1999년 달성한 연간 총매출액 12억4천만달러 돌파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디즈니의 흥행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는 이날 현재까지 모두 3억2천만달러를 벌어들여 올해 미 시장에 개봉된 영화 가운데 흥행실적 1위를 달리고 있다.<니모를 찾아서>는 지난 주 박스오피스에서 12% 가량 입장수입이 감소하긴 했으나 미국과
월트 디즈니, 올해 영화흥행 10억달러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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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학교에 지각하고, 창피를 당한 어느 날, 하루는 차에 치일 뻔한 고양이를 구해준다. 고양이는 사람처럼 두발로 서서 감사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그날 밤, 고양이 행렬이 하루네 집에 찾아든다. 고양이 왕은 낮에 구해준 고양이가 왕자 룬이었으며, 그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한다. 약속대로 고양이 나라에 초대된 하루는 룬과의 결혼식에 내몰린다.
■ Review
심오한 주제와 섬세한 그림체로, ‘애니메이션은 아동용’이라는 단순한 등식을 거부해왔던 지브리 스튜디오가 모처럼 온전한 ‘동심’으로 회귀했다. 신예 모리타 히로유키의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은 평범한 여고생이 고양이 나라에서 겪는 황당한 사건들을 경쾌하게 따라잡고 있다. <고양이의 보은>은 조숙한(!) 중학생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95년작 <귀를 기울이면>의 ‘자매 작품’격으로 만들어졌다. <귀를 기울이면>에서 작가 지망생인 주인공 시즈쿠는 장난감 가게에서 만난 고양
낯선 세계에서의 특별한 모험,<고양이의 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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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원(박신양)은 지하철에서 아이들의 주검을 목격한 뒤로 이상한 환상에 시달린다. 신혼집 식탁에 그 아이들의 귀신이 출몰하는 것. 공포와 혼란에 휩싸인 정원은 우연히 만난 기면증 환자 연(전지현)이 자신처럼 귀신을 본다는 사실을 알고 도움을 청한다. 연을 통해 정원은 기억 속에 지워져 있던 끔찍한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 Review
그 식탁엔 온기가 없다. 가족의 단란한 한때, 따끈한 음식에서 김이 솟아나고, 두런두런 이야기와 웃음이 피어나야 할, 그 식탁에서 정원은 차라리 혼자이고 싶었을 것이다. 스쳐 지나간 애들의 주검이, 그 환영이 식탁을 지배하면서부터 그는 다시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스위트 홈’의 신성한 환상이 조각나는 순간, 그렇게 의 공포는 입을 연다.
“내겐 죽은 사람들이 보여요.” 산 자가 일상에서 죽은 자를 마주치며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는 호러나 스릴러에서 제법 익숙한 소재가 돼 있다. <식스 센스>나 <
재능있는 이야기꾼의 발견,<4인용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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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양동근(24)씨가 순경에서 경장.경사를 거치지 않고 일거에 경위로 승진했다.경찰조직에서 최소 수 년이 걸려야 가능한 초특급 승진 혜택이 비록 명예직이기는 하지만 양 씨에게 주어진 것이다. 경찰청은 5일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계 강력 3반의 애환을 그린 영화 <와일드 카드>에서 주연배우로 활약한 영화배우 양동근 씨와 정진영(39). 한채영(본명 김지영.23.여) 씨를 각각 명예경찰 '경위'로 위촉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또 이 영화 감독 김유진(본명 김병진) 씨에게는 경찰청장 감사장을 수여키로 했다. 양 씨는 <와일드 카드>에서 임용된 지 6개월에 불과한 신참 형사 방제수역을 맡았기 때문에 영화상 '순경'에서 명예 '경위'로 승진하게 된 셈이다.
앞서 경찰 소재 영화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자 지난 5월 경찰청에서는 영구 미제 사건인 '화성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을, 서울경찰청에서는 <와일드 카드>를 각각 단
배우 양동근, 순경에서 경위로 파격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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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원금보장이라는 새로운 카드로 네티즌들의 시선을 끌었던 영화 <바람난 가족>(제작 명필름 감독 임상수 출연 문소리, 황정민)의 인터넷 펀드 2차 공모가 모집시작 7분 만에 모집금액인 5억원 전액이 모두 신청됨으로써 마감되었다. 이로써 <바람난 가족>의 인터넷펀드는 1차 5억원, 2차 5억원을 합하여 총10억원이 모두 신청됐다.
명필름은 이번 2차 공모가 단7분만에 마감되는 바람에 투자기회를 놓친 네티즌들을 위해 오는 8월8일 오전 10시부터 <바람난가족> 네티즌펀드 10억원 규모의 3차 공모를 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해 영화 <오아시스>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배우 문소리씨의 베니스국제영화제 2년 연속 진출 및 파격적인 노출 등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바람난 가족>은 오는 8월 14일 국내 개봉된다.
인터넷 컨텐츠팀 cine21@news.hani.co.kr
<바람난 가족> 2차 인터넷펀드, 7분만에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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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네덜란드발 엑스터시를 수사하던 마이애미 경찰 마이크(윌 스미스)와 마커스(마틴 로렌스)는 사건의 배후에서 국제 마약카르텔을 포착한다. 한편 쿠바 마피아를 쫓아 마이애미에 온 마약감시국 요원 시드(가브리엘 유니온)는 마커스의 동생인데, 오빠 몰래 마이크와 사귀는 중이다. 마피아 소굴에서 간신히 증거를 확보할 무렵 마커스는 마이크와 시드의 관계를 알고 분개한다. 그러나 위장근무하던 시드가 쿠바로 납치되자 둘은 다시 뭉치며, 규정위반을 무릅쓰고 대원들과 함께 쿠바로 향한다.
■ Review
끝없이 이어지는 할리우드 속편 행렬에 <나쁜 녀석들2>도 8년 만에 명함을 내밀었다. 흑백 형사 콤비영화를 대표했던 <리쎌 웨폰> 시리즈에서 진일보한 <나쁜 녀석들>은 <리쎌 웨폰>만큼 맛깔난 캐릭터로 흑인만의 경찰 버디무비를 주류 영화사에 등재시킨 바 있다. 이후 ‘나쁜 녀석들’은 ‘잘 나가는 녀석들’이 됐고, 마이클 베이는 ‘이보
교과서적인 속편,<나쁜 녀석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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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여우계단>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너3>를 누르고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배급사 시네마서비스에 따르면 <…여우계단>은 2-3일 주말 서울 46개 스크린에서 11만3천 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주말 박스오피스 수위에 올랐다. 1일 개봉 이후 전국관객 누계는 68만 명(31일 전야제 포함).개봉 2주째를 맞은 <터미네이터3>는 서울 68개, 전국 235개의 스크린 수에도 불구하고 <…여우계단>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주말 이틀간 서울 관객수는 전주의 절반 가량인 10만6천900명으로 <툼레이더2>와 함께 2위권을 기록했다.<터미네이터3>의 하락세에 비해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액션 블록버스터 <툼레이더2>의 선전은 돋보이는 편. 비교적 적은 서울 44개 스크린에서 10만8천900명을 동원했다. 1일 개봉 후 전국 46만4천 명의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다.장
<여우계단> 박스오피스 정상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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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가 페데리코 펠리니 사망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다. 로베르토 베니니와 주세페 토르나토레가 기획을 맡은 기념행사는 그림과 의상, 영화 클립, 기념품 등을 전시하고 펠리니의 여인들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실물처럼 옮겨놓는다. 10월부터 본격적인 행사를 시작해, 다음해 1월에는 파리로 옮길 예정. 펠리니는 1993년 10월31일 사망했다.
펠리니 10주기 기념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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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의 <헐크>가 영국에서는 예외적으로 환영받고 있다. <브루스 올마이티>와 <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를 견제하면서 2주째 박스오피스 1위에 머물고 있는 것. 제니퍼 코넬리와 신인 에릭 바나가 주연한 <헐크>는 미국에서는 혹평을 받으면서 급격한 흥행수입 하락을 보였다.
영국인의 헐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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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라이크 베컴>의 감독 거린다 차다(사진)가 차기작을 결정했다. 폭스2000이 제작하는 이 영화의 제목은 <터커 에임즈>. 약삭빠르게 살던 컴퓨터 재벌이 시골 극단의 연출가와 사랑에 빠지면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다. 차다는 현재 <오만과 편견>을 발리우드 뮤지컬 형식으로 각색한 <신부와 편견>을 촬영 중이며, 이 영화 촬영이 끝나는 대로 <터커 에임즈>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다 차다의 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