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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SF소설을 펴낸 적 있는 미국의 프랭크 허버트는 신문사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에서 밤에는 야간 사진 편집자로 근무하고 낮에는 글을 썼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 그는 가족에게 새로 쓴 소설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등 떠밀려 고통의 시험을 치르게 된 한 청년의 이야기가 될 거야.” 1963년 12월부터 매거진 <아날로그>에 연재된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은 1965년에 이르러 단행본으로 출간됐고, 그 책이 바로 <듄>이다. 차츰 명성을 얻어 1980년대 캐나다 퀘벡의 어느 작은 서점에도 입고된 <듄>은 호기심 많던 10대 캐나다 소년 드니 빌뇌브의 눈에 띄었다. “책을 손에 쥐고 펼치자마자 그 안으로 빨려들어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엠파이어>) 이날의 ‘사건’ 이후 드니 빌뇌브는 영화감독이 된 뒤로도 <듄>이라는 “불변의 꿈”을 품어왔다. 그의 오랜 꿈은 2021년, 자신의 10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
[기획] <듄: 파트2>의 모든 것, <듄: 파트2> 리뷰에서부터 오스틴 버틀러 내한 인터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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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신입생이 들어올 때마다 사는 곳을 캐묻고 다니던 선배가 있었다. 건배를 하기도 전에 늘 먼저 취해 있던 선배의 주사는 ‘강남’에 산다는 신입생을 만날 때면 더욱 징그러워졌다. 집이 논현동이라고? 몇평에 사니? 아버지는 뭐 하시니? 선배가 그럴 때마다 모두가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왜 대답을 안 해? 말하기 싫어? 내가 되게 나쁜 사람이 된 것 같네? 술판의 주도권은 윗사람에게 있으니 싸늘한 분위기의 원인도 그에게 추궁해야 맞는 데 어째서인지 언제나 혼나는 쪽은 우물쭈물하는 신입생들이었다.
건물의 값, 땅의 가격, 그리고 그것이 매겨지는 이치를 남보다 빨리 알게 되었다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말을 했다. 부자가 나쁜 거야? 나는 욕망에 솔직한 사람일 뿐이야. 해장국집의 껌뻑대는 조명 아래 ‘부’를 선망하는 이들의 철학이 수없이 설파되었다. 그런 것을 몰라도 그만, 알아도 어찌할 방법이 없는 나는 그저 식당 직원들의 눈 밑에 나의 시커먼 피로감을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보이지 않는 마음의 끝, (보아,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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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밤에 피는 꽃>이 역대 MBC 금토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시청자들은 정혼한 남자가 죽어 15년째 수절 중인 망문과부 조여화(이하늬)가 밤마다 담을 넘으며 복면 의적이 돼 백성을 구휼하는 이중생활기에 환호했다. 그리고 애절함과 코미디를 오가던 여화와 박수호(이종원)의 로맨스에 열띤 응답을 보냈다. 첫 사극, 첫 주연작, 첫 액션, 첫 코미디. <밤에 피는 꽃>은 배우 이종원에게 모든 것이 처음인 배움터이자 기회였다. 장태유 감독은 이종원에게 촬영 들어가기 전 수호를 연기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익힐 수 있는지 물었고 이종원은 이후 3개월간 <밤에 피는 꽃>에 녹아들기 위한 “피나는 노력”에 돌입한다. 이종원은 매일 퍼스널트레이닝을 받고 액션스쿨에 출근했다. 뿐만 아니라 승마와 서예를 익히고 필라테스도 배웠다. “그 모든 게 오롯이 내게 경험치가 됐고 몸속에 저장됐다. 노력한 것을 현장에서 증명하고 싶었다. 그건 배우로
[WHO ARE YOU] ‘밤에 피는 꽃’ 이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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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18 어게인>에선 우영(이도현)의 딸 시아를, 영화 <히치하이크> <내가 죽던 날>에선 부모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정애와 세진을 연기했다. 누군가의 아역, 혹은 청소년의 얼굴로 익숙했던 배우 노정의가 배우로서의 지평을 본격적으로 넓히기 시작한 건 드라마 <그 해 우리는>에 아이돌 엔제이로 출연하면서부터다. 이 작품으로 SBS 연기대상 여자신인연기상이라는 첫 트로피도 손에 쥐었다. <씨네21>이 진행한 ‘올해의 시리즈’ 설문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신인 여자배우로 다수 거론되는 등, 그의 이름 앞엔 여전히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11살 때 처음 카메라 앞에 선 이래로 노정의는 연기를 쉬어본 적도, 작품을 허투루 대한 적도 없다. 아포칼립스물인 넷플릭스 영화 <황야>를 필두로 여러 출연작의 공개를 앞둔 노정의를 배우로서 제대로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직 “못해본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커버] 매 순간이 터닝 포인트, 배우 노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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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채소찜
재료 손질과 요리할 여력이 없어서 자주 먹지 못하다가 날 잡고 시도한 뒤 행복해서 매일 해먹고 있다. 여러 종류의 채소를 손질해두고 전자레인지 찜으로 조리한다. 물 한두 숟가락, 소금, 올리브유 듬뿍. 나처럼 익힌 채소와 올리브유를 좋아한다면 맛, 건강, 시간을 모두 챙기는 최고의 음식.
꼬꿋
4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 커다란 회복을 안겨준 태국의 섬. 얼마 전 휴가가 3번째 방문이었고 내년에 또 갈 예정이다. 비행기와 보트를 갈아타는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모든 게 최적이다. 조용한 휴양, 바다 물놀이 둘 다 사랑하는 나와 남편에게 낙원 같은 곳.
아침 공복과 물
최근 가장 빠져 있는 루틴. 일어나자마자 염증에 좋은 차를 따뜻하게 250ml 마신 뒤 유산균을 먹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이어서
[LIST] 선우정아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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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티모테 샬라메가 부산국제영화제에 등장했다. 운좋게도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배우를 미리 만날 수 있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티모테 샬라메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5년이 지난 2024년, 티모테 샬라메는 더 성숙하고 단단해진 모습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더 거대하고 매력적인 배우가 되어갈 그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ARCHIVE] 티모테 샬라메의 아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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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룩>
Apple TV+ | 10부작 / 연출 토드 A. 케슬러, 쥘리아 뒤쿠르노, 제러미 포데스와 / 출연 벤 멘덜슨, 쥘리에트 비노슈, 메이지 윌리엄스, 존 말코비치 / 공개 2월1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바보야 문제는 영어야!
나치 정권 아래의 프랑스 파리. 생계형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벤 멘덜슨)는 식량을 배급받으며 연명한다. 설상가상으로 동생 카트린(메이지 윌리엄스)이 레지스탕스에 가담해 독일군의 추적을 받는다. 한편 프랑스 쿠튀르를 선도하는 디자이너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 활로를 모색한다. 피에르 발망은 징집되고, 코코 샤넬(쥘리에트 비노슈)은 거물급 나치 장교와의 염문에 휩싸인다. <소프라노스>와 <블러드라인>을 쓴 동시대 최고의 TV드라마 작가 토드 A. 케슬러의 지휘 아래 <더 뉴 룩>이 탄생했다. 케슬러와의 협업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벤 멘덜슨이 주연하고 <티탄>으로 칸영화제
[OTT 추천작] ‘더 뉴 룩’, ‘썬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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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10부작 / 연출 오카모토 싱고, 후쿠다 료스케, 가토 아키코 / 출연 니카이도 후미, 채종협, 야마시타 미즈키 / 공개 2월1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잘될 수밖에 없는 소재를 선점해 성공했다
폐기되는 카카오로 만드는 초콜릿을 주력상품으로 판매하는 ‘돌체 앤드 쇼콜라’. 자신의 가게를 자랑스러운 친환경 브랜드로 키워온 30살 유리(니카이도 후미)는 눈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속 목소리를 듣는다. 사업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능력이지만 진실한 사랑을 바라는 여자에게는 상처만 남긴다. 그런 유리가 마음을 읽을 수 없는 남자를 마주한다. 태오(채종협)라는 이름의 한국인 유학생. 두 사람은 쪽지로, 서툰 일본어로,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로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일본 <TBS>에서 방영과 동시에 넷플릭스가 전세계 배급하는 <아이 러브 유>가 동아시아 화제작으로 우뚝 섰다. 판타지 요소를 품은 헤테로 로맨스라는 점에서 새로울
[OTT 리뷰] ‘아이 러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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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자메이카에서 태어난 밥 말리는 범죄로 얼룩진 빈민가에서 평탄치 않은 유년기를 보냈다. 오랜 시간 평화를 염원해온 그가 자신의 음악에 정치적인 내용을 담기 시작한 건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인지도 모른다. 평등과 인권, 저항 정신을 주창하는 밥 말리에게 반대 세력들이 수차례 위협을 가하고 총격으로 가족과 매니저의 목숨까지 위험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그는 무대에 올라 평화를 노래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딸들을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로 키워낸 리처드 윌리엄스의 실화를 영화화한 <킹 리차드>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에서 수상한 감독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의 신작이다. 실존 인물인 뮤지션 밥 말리의 생애를 그의 전성기부터 36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말년까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레게음악을 전세계적으로 유행시키며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로 기록되기까지의 과정이 격정적인 무대들과 함께 펼쳐질 예정이다.
[Coming soon] ‘밥 말리: 원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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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머우 감독이 현실을 투영한 가족영화로 관객에게 돌아왔다. 중국 극장가의 극성수기인 춘절에 개봉한 이 영화는 장장 141분의 러닝타임 동안 가족을 중심으로 현재 중국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내면을 쉴 새 없이 나열한다. 영화의 제목 <제20조>는 중국 형법 제20조를 뜻하는 것으로 ‘정당방위’에 대한 내용을 담은 법 조항이다. 영화는 중년의 주인공 한명(뇌가음)이 지방검찰청에 임시직으로 부임한 이후 맞닥뜨리게 되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다. 고등학생 아들(류야오원)이 학교폭력에 연루되고 상대 부모와 학교와의 갈등 속에서 아내가 교장을 때리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는 동시에 주인공이 검사로서 맡게 되는 여러 사건들을 마주하며 상황은 점점 더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주인공의 입장에 이입하게 만들고 주인공이 ‘과연 법은 무엇인가? 그리고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를 고뇌하는 과정을 거치며 결국 모든 것을 걸고 자
[베이징] 현실주의로 회귀한 장이머우, 춘절을 맞아 개봉한 <제20조>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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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 2월21일,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미국 TV 제조사 비지오를 약 3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식료품 부문의 비중이 큰 월마트의 경영진이 광고 부문을 더 큰 수익의 창출 경로로 보고 이번 인수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 사이에서 고객정보와 광고 영역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월마트 역시 비지오 인수 이후 TV 플랫폼(스마트캐스트)에서의 광고 및 시청률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월마트의 글로벌 광고 수익은 연간 약 30억달러 수준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대형 가전 유통업체 중 하나인 베스트 바이도 10여년 전 시네마 나우라는 OTT 서비스를 론칭한 적이 있었다. 예전에는 이커머스 회사가 미디어 사업에 진출하려면 유료 결제형 OTT 서비스(TVOD)를 기획해야 했지만 이제는 광고 기반의 방송 플랫폼(FAST)이면 충분하다. 비지오는 비지오 와치프리플러스라는 플루토TV, 삼성 TV 플러스, 더 로쿠 채널, LG 채널과 미국 내
[김조한의 OTT 인사이트] 월마트가 TV 제조사를 인수한 이유가 비디오 광고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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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회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BAFTA)의 수상 결과가 지난 2월18일 발표됐다. 올해의 승자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다.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최종 7관왕에 올랐다. 영국 출신이지만 영국 아카데미상을 처음 수상한 놀런 감독은 “<오펜하이머>를 만드는 것보다 더 최선을 다한 적이 없다. 놀라운 출연진, 제작진으로부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원받았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은 여우주연상(에마 스톤) 등 5개 부문을 석권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에마 스톤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향해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미친 생각을 믿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남겼다. 셀린 송 감독 연출작 <패스트 라이브즈>의 유태오 배우는 한국인 최초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트로피는 결과적으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
2월을 달군 영화의 축제, 베를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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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허버트 작가의 소설 <듄>은 함부로 믿지 않는 자를 어여삐 여기는 이야기다. 그래서 좋아한다. 표면적으론 분명 닳고 닳은 메시아 서사인데, 이제껏 영상화된 결과물들이 사막행성 아라키스에서의 투쟁기와 영웅 탄생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더욱 그쪽으로 소비되는 게 아닌가 싶다. 몰락한 명문가의 정당한 계승자가 변방에서 힘을 키워 돌아오는 복수담은 언제나 잘 먹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이 오래된 상상력은 사실 통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프랭크 허버트의 <듄>은 신화적 서사보다는 정해진 운명 속에서 번민하는 연약한 인간의 초상을 응시한다. 메시아의 성경보다는 <맥베스>나 <리어왕>에 가깝다.
대개의 SF가 그렇듯 설정과 무대가 우주 단위일 뿐 근간의 질문은 간단하다. 최선의 운명과 최악의 자유의지 사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듄>의 무대는 미래 우주지만 속살은 종교와 신비주의로 포장된 중세 암흑시대로 채워져 있다. 과학이란
[송경원 편집장] ‘파묘’와 ‘듄: 파트2’, 사랑스러운 호들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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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10여일 앞두고 <듄: 파트2>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극장 초입부터 몰려든 인파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감지하기 충분했다. 166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이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선 기자들은 지친 기색 없이 감상을 나누고 <듄: 파트2>를 분석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듄> 이후 3년 만에 공개된 <듄: 파트2>는 황제와 하코넨 가문의 계략으로 인해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몰락한 뒤, 이들의 눈을 피해 폴(티모테 샬라메)와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이 조용히 반격을 준비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전편에서 소개 정도로 그쳤던 챠니(젠데이아 콜먼)의 역할이 커졌고 이룰란 공주(플로렌프 퓨),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 등 새로운 얼굴도 등장한다. 2월28일 개봉만을 기다릴 관객들에게 <씨네21> 기자들의 첫 시사 반응을 전한다.
조현나 기자
원작을 경애하고 이를 온전히 구현하고자 하는 드니 빌뇌
웅장, 장엄, 압도... 드니 빌뇌브 감독의 마스터클래스 <듄: 파트2> 시사 첫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