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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미셸 시망 지음 / 김호영 옮김 / 마음산책 펴냄
“켄 로치보다 덜 교조적이고 미하엘 하네케보다 덜 이론적이며 마이크 리보다 덜 일화적인 이들의 영화는 진실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정신주의가 결합된 영화적 전통을 이어간다.” 프랑스의 영화사가인 뱅상 로위는 <다르덴 형제>의 서문에서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이렇게 말했다. 관객을 극도로 자극하면서도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그들의 영화 세계에 대해 10년간 인터뷰를 지속해 이 책을 엮은 사람은 <포지티프>의 편집장을 지낸 영화평론가 미셸 시망이다. <더 차일드> <로나의 침묵> <자전거 탄 소년> <내일을 위한 시간>에 대한 긴 대화가 차례로 등장하고, ‘영화수업-응시하는 카메라’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에서는 프랑스의 한 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오간 이야기가 실렸다. 어쨌거나 이 인터뷰집은 미셸 시망의 결코 짧지 않은 질문들도 새겨읽
[CULTURE BOOK] 다르덴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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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부터 1989년까지 18년 동안 방영된 추억의 드라마 <수사반장>(MBC)이 돌아왔다. 청년의 얼굴로. 이 드라마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수사반장 1958>(MBC)은 다시 만난 친구처럼 반가울 것이다. 원작을 잘 모른다 해도 상관없다. <모범택시>(SBS)처럼 사건 발생과 해결이 1~2회 만에 이루어지는 빠른 전개에 코믹, 액션, 로맨스, ‘권선징악’ 교훈까지 두루 갖추었기에 익숙하게 몰입할 수 있다. 물론 전쟁 이후의 정치사회적 혼란기를 다룬 ‘시대극’으로서도 꽤 흥미롭다. <수사반장 1958>은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원작 속 인물들의 청년기를 다룬 ‘프리퀄’ 드라마다. 황천시에서 ‘경기도 소도둑 검거율 1위’로 유명세를 탄 학도병 출신 형사 박영한(이제훈)은 서울 종남경찰서로 발령받는다. 영한은 그곳에서 유대천 반장(최덕문)을 비롯해 미친 개 김상순(이동휘), 불곰 조경환(최우성), 제갈량 서호정(윤현수)으로 구성된 ‘수
[CULTURE TVIEW] 수사반장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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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
디즈니+ | 감독 앤드루 헤이그 / 출연 앤드루 스콧, 폴 메스컬, 제이미 벨, 클레어 포이 / 공개 4월2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탐미적 우울을 그리는 올해의 힙스터픽 퀴어영화
백색소음 기계라도 틀어두어야 할 정도로 지독한 적막으로 가득한 런던의 작은 아파트. 그곳에 홀로 살며 시나리오를 쓰는 애덤(앤드루 스콧)은 유년기를 보낸 고향을 오간다. 그곳엔 어머니가 항상 옛모습 그대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이웃 해리(폴 메스컬)가 방문한다. 첫눈에 애덤이 자신과 같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아챈 해리는 그에게 저돌적으로 다가간다. 애덤은 처음에는 해리의 열정적 사랑을 부담스러워 밀쳐내다가 점점 깊은 사이가 된다. 그는 평생을 클로짓 퀴어(숨은 퀴어)로 살았던 유년기의 상처를 해리와 나누고자 그의 고향으로 함께 간다. 애덤이 고향이라고 생각한 집은 사실 아무도 살지 않은 빈집이었다.
<올 어브
[OTT 리뷰]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 ‘베이비 레인디어’, ‘종말의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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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미국의 완구회사 해즈브로는 일본의 완구회사 다카라와 제휴를 맺고 ‘트랜스포머’ 프랜차이즈화에 돌입했다. 그래픽노블과 애니메이션에서 영화까지 확장된 변신 로봇은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트랜스포머 프랜차이즈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의 애니메이션영화 <트랜스포머 ONE>을 공개할 예정이다. 영화는 오토봇의 총사령관 옵티머스 프라임과 디셉티콘의 수장 메가트론이 아직 전장에 발을 들이기 전, 오라이온 팩스(크리스 헴스워스)와 D-16(브라이언 타이리 헨리)으로 불렸을 시기의 이야기를 다룬다.
<토이 스토리4>에 이어 <트랜스포머 ONE>을 연출한 조시 쿨리 감독도 어린 시절에 “만화부터 애니메이션까지 <트랜스포머>를 보며 자란” 소년이었다. 이번 작품을 맡은 이유도 “옵티머스 프라임과 디셉티콘이 과거 각별한 사이였다는 사실이 스크린에 담긴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영원한 숙적인 옵티머스 프라임과 디셉티콘의
[피플] ‘트랜스포머 ONE’ 조시 쿨리 감독, 고유의 해석과 설정을 담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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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플로이드, 폴 매카트니, 레드 제플린, 스콜피온스, 에머슨 레이크 앤드 파머, 제네시스, 에스, 10CC, 피터 가브리엘, 윙스, AC/DC, 티렉스,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 영국의 디자인회사 힙노시스가 협업한 록뮤지션의 이름만 나열해도 록의 황금기 계보가 자연스레 그려진다. 1968년 스톰 소거슨과 오브리 파월에 의해 설립된 힙노시스는 록밴드의 앨범 커버를 주로 제작해왔다.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Wish You Were Here》 등이 대표적인 작업이며 아티스트들과 직접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나누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독창적인 시도를 해왔다. 영화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이하 <힙노시스>) 개봉과 <힙노시스: 롱 플레잉 스토리> 전시에 맞춰 내한한 오브리 파월을 만났다. “내가 죽은 후에도 힙노시스의 작업은 영화 속에 계속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니 정말 기쁘다”라며 그는
[인터뷰] 궁극의 아이디어맨,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에 출연한 힙노시스 멤버 오브리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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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 세월호 참사와 10·29 이태원 참사는 어떻게 알게 됐나.
= 두 참사 모두 전세계적으로 보도된 사건이라 대만인들도 전부 알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10주기를 맞았어도 훨씬 가까운 과거에 일어난 듯 느껴진다. 이태원 참사는 사건 당일 대만 전역에 중계됐을 정도로 유명했다. 유튜브 등 플랫폼을 활용해 당시 참사 현장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생존자들의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수많은 영상이 남긴 내상으로 한동안 정신과 진료를 받을 정도였다. 비록 내가 외국인이긴 하지만 인간이라면 말도 안되는 참사를 본 이상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 대만에서 벌어진 사건과 이태원 참사를 연결 짓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나.
= 그렇다. 무엇보다 사건이 일어난 후 정부의 대처 방식이 대만과 한국이 유사했다. 그래서 대만의 참사를 다루며 이태원 참사를 연결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작품의 제목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훌륭한 피해자들>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중국어의 의미를 정확히 살
[인터뷰] <훌륭한 피해자들> 양리초우 감독, ‘피해자다움’의 불합리성에 관해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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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여름> <희몽인생: 아버지와 아들> 등의 작품으로 한국의 영화제를 방문했던 다큐멘터리스트 양리초우 감독이 신작 <훌륭한 피해자들>의 촬영차 지난 4월13일 서울을 찾았다. 양리초우 감독은 대만 내 소외계층이 처한 사회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다. <훌륭한 피해자들>은 대만 내에서 벌어진 두 비극에 관한 취재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훌륭한 피해자들>엔 정신질환 범죄자에게 살해된 딸을 둔 어머니, 야외 공연 중 불이 붙은 폭죽 염료에 의해 심한 화상을 입은 부상자들의 가족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과실과 무관한 사고를 당한 가족을 두었다. 하지만 이들이 사건의 부당함을 소명할수록 진상이 규명되기는커녕 오히려 제삼자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며 공격을 받았다. 살해된 소녀의 어머니는 심리상담사가 되고 이후 출마해 국회의원이 돼 관련 법안을 제정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입에 담지 못할 수많은 사이
[씨네스코프] 조율 한번 해주세요, 다큐멘터리 <훌륭한 피해자들>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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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냄비밥
밥을 자주 안 해 먹을 땐 짐을 늘릴 필요가 없으니 밥솥을 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냄비밥에 꽂혔다. 향미품종 골든퀸과 찰현미를 섞어 밥을 지으면 정말 맛있다. 물양 맞추는 것도 쉽다. 설익으면 그냥 뚜껑 덮고 다시 뜸 들이면 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란티모스의 영화를 보는 순간 내 삶의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등 가치판단의 체계를 새로 세우게 된다. 영화 말고 무엇이 내게 이런 질문을 유발할 수 있을까. 최근 <가여운 것들>도 관람했다. 벨라가 여행을 떠나기 전 흑백으로 찍힌 파트의 비주얼이 정말 좋았다. 란티모스의 영화 중 나의 ‘최애작’은 <킬링 디어>다.
필라테스
필라테스를 정말
[LIST] 전소니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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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내려간 눈꼬리, 언뜻 공허해 보이는 눈동자. 권잎새 배우가 스스로 밝히듯 “조금 지쳐 보이는 듯한” 그의 외양과 <미지수>의 지수는 동심원을 그리다 하나의 궤로 합쳐졌다. 지수는 상실의 마음을 안은 채로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맞이하는 인물이다. 지수가 마냥 허탈해 보이고 지쳐 보이는 이유는 영화의 후반부에서나 밝혀진다. 따라서 결말 전의 지수는 계속하여 미지의 인물로 보여야 한다. 이에 권잎새 배우는 캐릭터를 특정 성향이나 성격으로 표현하기보단 “지수가 어떤 사람일지를 지수와 타인의 관계성”에서 드러내려 했다. 남자 친구인 우주(반시온), 우주의 엄마 선애(윤유선), 우주의 친구 영배(안성민)를 어떤 태도로 맞닥뜨려야 할지를 “내 삶의 실제 친구들과 아끼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상상했다. 촬영 중이 아닐 때조차 “우리는 권잎새와 반시온이 아니라 지수와 우주로 행동”했고 “연기 바깥에서도 내가 지수의 위치에 맞게 무의식적으로 연기를 주도하게” 됐다. 권잎새 배우가 생
[WHO ARE YOU] '미지수' 권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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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객들이 오랜만에 한국영화로 들뜬 분위기다. 지금 중국영화계를 뒤흔드는 키워드는 다름 아닌 한국영화다.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작은 파문은 지난 4월18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제14회 베이징국제영화제다. 이번 베이징국제영화제에 초대된 한국영화는 <파묘>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를 비롯해 <소풍>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해야 할 일> 등 총 5편의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이중에서도 <파묘>는 영화제 전체 240편이 넘는 상영작 중에서 매진 순위 톱5를 차지하며 최고 인기작으로 떠올랐다. <파묘>는 영화제 개막 첫 주말이었던 4월20일 상영을 시작으로 5번의 공식 상영 티켓이 모두 순식간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며 한국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2017년 이후로 중국 내 공식적으로 개봉한 한국영화는 2021년 나문희 주연의 <오! 문희>
[베이징] '파묘' 인기몰이, 베이징 영화제 한국영화 5편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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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토토(오노 리리아나)는 또래와 어딘가 좀 다르다는 이유로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씩씩하고 천진난만한 어린이에게 곧 희망이 찾아온다. 모든 어린이는 귀하다는 걸 아는 코바야시 선생님(야쿠쇼 고지)이 교장으로 있는 학교로 전학 가게 된 것. 눈이 휘둥그레지는 전차 교실, 먼저 손을 내밀고 싶은 친구들까지 토토는 호기심이 돋는 새 배움터에서 마음껏 뛰어놀 준비가 됐다.
20세기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분홍색 목 티셔츠에 빨간 리본 머리핀을 한 소녀의 표지 그림으로 친숙한 구로야나기 데쓰코의 자전적 이야기 <창가의 토토>가 애니메이션으로 스크린에 옮겨진다. 2023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일본 명배우 야쿠쇼 고지가 본편에, <겨울왕국>의 안나 목소리로 유명한 박지윤 성우가 우리말 더빙에 참여했다. 청명한 하늘과 꽃들이 만개한 배경 속에서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어린이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어른의 마음까지 뭉클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여름
[Coming Soon] '창가의 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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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25일 목요일, 63살의 나이로 로랑 캉테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VOD서비스 ‘라시네텍’의 공동 위원들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남겨진 아내와 가족, 동료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인간의 다양성과 약자를 옹호하여 프랑스 현대영화의 중요한 한축을 형성한 사회적 드라마의 강자였던 그의 필모그래피를 되돌아본다.
1961년 4월, 프랑스 되세브르 지역에서 태어난 로랑 캉테는 1984년에 국립영화학교 이덱에 입학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이곳에서 그는 평생의 동지가 된 친구들과 만난다. 바로 로뱅 캉피요와 도미니크 몰, 질 마르샹이다. 이들은 모두 로랑 캉테의 데뷔작인 <인력자원부>(1999)에 스태프로 참여해 각각 시나리오작가와 조감독, 편집 역할을 하며 그를 도왔다. 특히 로뱅 캉피요와의 관계는 더욱 돈독했다. 그들은 <시간의 사용>(2001), <남쪽을 향하여>(2005), <클래스>(2008), <워크숍&
[OBITUARY] 로랑 캉테(Laurent Cantet, 1961~2024) 감독 부고, 사회적 드라마의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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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4월, 김민하 배우를 만났다. 일제강점기 이민자의 삶을 다룬 <파친코>의 주연을 맡은 그는 작품에서와 같은 단아한 모습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인터뷰 중 간간이 들리는 그의 관심사와 학창 시절 그리고 꿈까지, 앞으로가 더욱 궁금한 배우로 가슴속에 남아 있다.
[ARCHIVE] 배우 김민하의 글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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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갈 때 뒤를 돌아보면 굽이굽이져 있는데, 타고 갈 때는 직진이라고밖에 생각 안 하잖아요. 반듯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굽이져 있고. 그게 인생인 거 같아요.” KBS2 <다큐멘터리 3일> ‘서민들의 인생 분기점–구로역’ 편에 나온 한 청년의 답변이 중요한 변화의 순간마다, 플래시백마냥 계속 떠오른다. 무심한 듯 조금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툭 내뱉은 한마디에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진실의 힘. 누구나 공감할 진심의 힘.
주간지 마감은 생체리듬까지 일주일 단위로 만들어버린다. 매번 눈앞의 잡지에 몰두하다 보면 한달, 한 분기, 일년의 흐름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씨네21>에서는 적어도 1년에 한번, 잡지 개편을 하려 애써왔다. 뒤처지지 않고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편이자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새로움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올해도 개편을 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송경원 편집장] 개편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