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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절박함이라는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돌진하다 '불도저에 탄 소녀'

영화는 폭행 혐의로 법정에 선 20살 혜영(김혜윤)의 불량스러운 모습에서 시작된다. 말간 얼굴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문신을 한쪽 팔에 새긴 혜영에게 이 세상은 화나고 짜증나는 일들로 가득한 곳이다. 그에 맞서 그녀는 어느 누구를 만나도 반말은 기본, 욕설과 고성 등 거친 언행을 일삼는다. 그러던 어느 날, 혜영의 지리멸렬한 일상을 송두리째 뒤엎는 사건이 일어난다. 중국집을 운영하던 아버지 본진(박혁권)이 남의 차를 훔쳐 달아나다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의 차에 치인 두명의 피해자는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한다. 어린 동생 혜적(박시우)을 돌보는 한편, 아버지의 사고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던 혜영은 예기치 못한 진실을 마주한다.

박이웅 감독의 장편 데뷔작 <불도저에 탄 소녀>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투박함을 동력 삼아 힘껏 돌진하는 영화다. 혜영의 거친 성격과 요령 없는 대처 방식, 그에 대한 세상의 반작용 등 껄끄럽고 불편한 부분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분노와 절망감을 생생히 그려내는 데 중점을 둔다.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여타의 사회 고발 드라마들과 마찬가지로 <불도저에 탄 소녀> 또한 관습적인 설정이나 성긴 구성 등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같은 결점이 결말부 혜영의 서투른 돌격과 겹치며 뭉근한 여운을 남긴다. 드라마 <SKY 캐슬>로 주목받은 이후 처음으로 장편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김혜윤은 제 몫을 다 해낸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받아 상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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