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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곤궁한 예술가의 정처 없는 발걸음 '소설가 구보의 하루'

지금은 폐간된 문예지에서 오래전 등단한 소설가 구보(박종환)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고집하며 외롭고 고독한 글쓰기를 지속하는 중이다. 어느 날 구보는 자신의 소설 출간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출판사에서 일하는 선배 기영(김경익)을 만나지만, 이번엔 힘들 것 같다는 답변을 듣게 될 뿐이다. 그 대신 기영은 자서전 대필 일거리를 권유하고, 이에 구보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다. 선배와의 만남 이후 무기력하게 도시를 거닐던 구보는 이따금 아는 사람들을 마주치기도 하지만 그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괴리감을 느끼며 점점 더 자신 속으로 침잠해간다. 그렇게 구보의 하루가 끝나갈 때쯤, 구보는 우연히 배우 지유(김새벽)를 만난다.

곤궁한 예술가의 정처 없는 발걸음은 어디로 이어질까. <셋방>(2013), <오렌지향 오후>(2014) 등의 단편을 연출해온 임현묵 감독의 첫 장편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는 어느 소설가의 쓸쓸한 하루를 뒤따른다. 감독은 김승옥 작가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을 오마주한 단편 <서울, 2016년 겨울>(2016)에 이어 이번엔 박태원 작가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오늘날의 배경으로 담아냈다. 군데군데 특정 감독들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분위기와 설정이 다소 아쉬움을 남기지만, 박종환과 김새벽의 믿음직스러운 존재감이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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