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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타짜'가 우리에게 남긴 것
장영엽 2021-11-26

언젠가 지인의 집에서 여러 명이 함께 TV를 본 적이 있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마침 방영 중이던 <타짜>에 시선이 머물렀고 모두가 함께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리를 비웠던 친구가 돌아와 TV를 보더니 1초 만에 영화의 제목을 맞히는 게 아닌가. 배우도, 영화 제목을 소개하는 자막도 없이 오직 담벼락만 나오는 장면이었는데 말이다. 대체 어떻게 무슨 영화인지 알았냐는 좌중의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 “내가 <타짜>를 40~50번은 봤는데 아무려면 담벼락을 보고 무슨 영화인지 모를까.” 흔치 않은 일화라는 생각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는데, “<타짜> 몇십번 봤어요”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첫인사라는 이번호 조승우 배우의 인터뷰를 읽으니 담벼락만 보고도 이 영화가 <타짜>인 줄 알아챌 사람이 대한민국에 적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덧 최동훈 감독의 <타짜>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지 15주년이 되었다. 2006년 추석 시즌에 개봉해 전국 684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21세기 한국 장르영화, 한국 캐릭터 무비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상파방송이든 케이블 채널이든 <타짜>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여러 번 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눈을 뗄 수 없는데, 그건 36살의 ‘신인감독’ 최동훈의 재기 넘치는 연출 때문이기도 하지만 <타짜>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넣은 명품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기도 하다. 12월1일 <타짜>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 재개봉을 앞두고, <씨네21>은 영화의 주역들에게 만남을 청했다. 최동훈 감독과 배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김윤석이 한자리에 모여 회포를 풀었고, 고니 역의 조승우는 몇 개월간 뮤지컬 <헤드윅>으로 무대에서 온 힘을 쏟은 직후이기에 아쉽게도 표지 촬영에는 함께하지 못했으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타짜>의 추억을 공유해주었다. <타짜>의 멤버들이 2006년 영화가 개봉한 뒤 공식적인 자리에서 함께 영화에 대한 소회를 밝힌 건 이 자리가 처음이기에 이번호의 커버스토리는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 이주현, 김현수, 임수연 기자가 취재한 ‘<타짜> 리유니언’ 기사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 호흡으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타짜>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영화임을 깨닫게 된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기대감, 즉흥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이 흘러넘쳤던 15년 전 <타짜>의 촬영 현장 이야기는 이 작품을 디딤돌 삼아 커리어의 큰 도약을 이룬 영화의 여섯 주역에게도, <타짜>를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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