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에 대한 변태적인 집착, 엉뚱한 상상력과 인공적인 세트. 웨스 앤더슨은 특정 장면만 잠깐 보는 것만으로 그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비주얼리스트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개인의 취향을 고집 있게 드러낸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프렌치 디스패치>의 배경인 프랑스의 앙뉘 쉬르 블라제는 가상의 도시이며 ‘더 프렌치 디스패치 오브 리버티, 캔자스 이브닝 선’이란 매거진은 실재하지 않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작품이 ‘68혁명’이 일어났을 즈음 프랑스를 배경으로 했고 잡지 <뉴요커>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웨스 앤더슨은 고등학생 때부터 <뉴요커>를 탐독하며 수백권의 과월호까지 구입할 만큼 잡지의 세계에 매료된 팬이었다. 그는 잡지의 섹션을 나누듯 에피소드를 쪼갠 앤솔러지 형식으로 자신이 사랑했던 매체와 전설적인 저널리스트 그리고 프랑스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 매주 마감과 싸우는 영화 잡지 기자로서 <프렌치 디스패치>를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는 김현수 기자의 글은 모든 언론이 디지털을 외치는 시대, 여전히 잡지가 줄 수 있는 가치를 고백한다. 이어서 틸다 스윈튼부터 티모시 샬라메까지, <프렌치 디스패치>를 빼곡하게 메운 배우들과 캐릭터의 면면을 정리해 빠른 호흡으로 질주하는 옴니버스 구성의 영화를 한눈에 요약했다. 그 밖에 <프렌치 디스패치>에 영향을 끼친 실제 인물과 사건, 공간과 미술에 대한 정보는 웨스 앤더슨의 신작을 더욱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웨스 앤더슨이 재창조한 아름다웠던 잡지의 날들
글
씨네21 취재팀
2021-11-17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가 가상의 도시를 대표하는 가상의 잡지를 현실에서 끌어낸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