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망가 집안의 돈 많고 잘생겼지만 콧대 높은 남성과 가진 것 없고 예쁘지 않지만 명랑한 여성의 애정전선. 이 점만 보더라도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주인공 마르타(루도비카 프란체스코니)가 불치병에 걸렸고, 개성 넘치는 친구들이 돈독한 우정을 바탕으로 그녀를 돕는다는 설정까지 고려하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를 집대성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가 전개되는 양상도 예상과 다르지 않다. 불치병으로 인해 미래를 보장받지 못했음에도 마르타는 사랑을 향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데, 데이팅 앱에서 아르투로(주세페 마조)를 발견하고 한눈에 반해 스토킹하듯 다가선다. 낌새를 눈치챈 아르투로는 어쩐 일로 저녁 식사에 초대해달라는 마르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둘만의 저녁 식사를 기대한 마르타는 예상치 못한 아르투로 가족의 등장에 당황하고, 그녀를 업신여기는 그들의 태도에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는 클리셰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로맨틱 코미디에 진심인 관객이라면 무장해제될 법하다. 또 이탈리아어가 주는 어감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간지럽게 한다는 점과, 페드로 알모도바르를 연상케 하는 관능적인 색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의외의 관람 포인트다. 이탈리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