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얘기가 나왔다. 7월 7일(현지 시각) 브뉘엘 극장에서 진행된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행사인 랑데부 아베크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은 현재 준비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작가인 “클레르 누비앙이 쓴 책 <심해>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아내가 구입해 집에 가져온 이 책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바닷속 생물들의 사진이 인상적이었고, 그걸 보니 상상력이 자극을 받았다. 특히 수중 색감이 정말 화려하다. 심해 생물들과 인간이 얽혀있는 이야기와 애니메이션은 그것에서 나온다”며 “평소 애니메이션은 꼭 도전하고 싶은 장르였다. 다음 영화(미국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 애니메이션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VFX 전문 업체인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와 함께 진행하고 있고, 아마도 2025년이나 2026년쯤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봉 감독의 말대로 이 애니메이션은 2018년부터 구상한 작품으로 올해 1월 시나리오 작업이 끝났고,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인 미국 프로젝트에 이어 관객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와 함께 TV 시리즈로 각색되고 있는 <기생충>의 진행사항도 공개됐다. 봉준호 감독은 “작가 겸 감독인 아담 맥케이와 함께 긴밀하게 협력하며 진행하고 있다. TV 시리즈 또한 영화와 마찬가지로 부유층과 빈곤층을 다룬 블랙코미디고, 이 주제는 전세계 어디서나 중요한 사회적 이슈다.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영화 <기생충>의 리메이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대단한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선 현재 진행하고 신작 프로젝트 진행 소식뿐만 아니라 펜데믹 상황인 만큼 극장과 스트리밍 플랫폼에 관한 얘기도 나왔다. 봉준호 감독은 “OTT로 영화를 보면 수시로 멈출 수 있지만, 극장에선 감독이 연출한 2시간이라는 리듬이, 하나의 시간 덩어리가 존재한다”며 “지금은 스트리밍 시대가 됐지만 나는 여전히 DVD나 블루레이 같은 물리 매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봉 감독은 마틴 스코시즈가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이리시맨>(2019)을 예로 들며 OTT 시대의 아이러니하고 씁쓸한 현실에 대해 얘기했다. "스코시즈 감독이 자신의 주치의에게 <아이리시맨>을 봤냐고 물어보자 주치의가 ‘하루에 15분씩 일주일째 감상하고 있다’고 대답했다더라. 이것이 OTT 플랫폼의 안타까운 지점이다. <아이리시맨>은 넷플릭스로부터 투자를 받지 않았다면 제작되기 힘들었을 거고, <옥자> 또한 여기저기서 투자를 거절당했는데 넷플릭스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덕분에 만들어졌다.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의 랑데부 아베크는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됐고, 영화제 기간 동안 조디 포스터, 맷 데이먼, 이자벨 위페르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