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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백신에 대한 단상
장영엽 2021-06-04

얼마 전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는 후기가 주변에서 하나둘씩 들려오고 있다. 전화나 방문, 온라인 신청을 통해 ‘잔여 백신’을 맞은 경우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우리 동네 잔여 백신 현황을 생각날 때마다 새로고침해보지만 ‘0’이라는 숫자는 늘어날 기미가 안 보이던데, 접종했다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성공했나 싶다.

<씨네21> 취재팀에서도 임수연 기자가 발빠르게 접종에 성공해 기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백신 접종률이 지난 5월 말을 기점으로 세계 평균 접종률을 뛰어넘었다고 하니,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릴 올가을 무렵이면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전세계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올해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과 접종하지 못한 이들간의 (일상에서의) 적지 않은 격차가 예상된다. 불현듯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고 나서부터다. 올해 7월 정상 개최를 선언한 뒤 한국 시간으로 6월 3일 저녁 초청작 리스트를 발표한 칸영화제는 기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영화제를 취재하려면 다음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1) 유럽의약품청(EMA)이 인정한 백신의 2차 접종을 완료했다는 증명서 2) 영화제 기간 동안 48시간마다 한번씩 코로나19 검사 받기 3) 15일 내 코로나19 항체진단 또는 선제적 유전자 증폭 검사(RT-PCR)를 진행했다는 증명서….

영화를 보기 위해 한 시간씩 줄을 서도 낭만적인 고생담의 일부로 기억되는 칸이지만, 올해의 칸을 찾는 기자들은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못했다면 영화를 보기 위해 48시간마다 한번씩 코를 찌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자들에게도 선뜻 출장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렵다. 출장을 결심한다 하더라도, 칸영화제 취재를 담당하게 될 기자들이 출국 전까지 잔여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레오스 카락스, 웨스 앤더슨, 일디코 에네디, 폴 버호벤 등 올해도 어김없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을 장식한 스타 감독들의 빛나는 라인업에 환호하며, 한재림 감독 <비상선언>의 비경쟁부문 초청, 홍상수 감독 <당신 얼굴 앞에서>의 칸영화제 프리미어 상영작 선정 소식에 반가움을 느끼면서도, 영화에 앞서 극장 밖 현실의 고민을 하게 되는 나날들이 언제쯤 지나가려나 싶은 마감날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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