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생애 최초의 극장 경험. 또는 내가 영화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순간.
=극장에 관한 최초의 기억은, 예전 용산역 인근에 철우회관이라는 극장이 있었다. 거기서 어머니와 함께 정창화 감독의 <돌무지>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때 내 나이가 8살이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이미지로 콱 박혀 있다. 영화와 사랑에 빠진 건 한참 뒤의 일이다. 영화를 사랑해서 영화를 시작한 게 아니라 나는 먹고살기 위해 영화를 시작했다. 1985년 명보극장에 극장 간판 그리는 일을 하려고 갔는데, 간판 작업소가 극장 안에 있어서 없는 돈에 티켓을 끊어 극장에 들어갔다. 그때 명보극장 간판에 하명중 감독의 <땡볕>이 그려져 있었던 것도 기억난다. 가서 “극장 간판 그리는 일을 하러 왔습니다” 했더니 “이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에요. 나가요” 하더라. 그렇게 쫓겨났지만, 돈 주고 티켓은 끊었으니 영화는 보고 나오자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났고, 그게 본격적으로 영화와 인연을 맺은 첫 경험이었다.
2 영화가 나를 구원한 순간은 언제인가.
=그러다 서울극장에 선전부장으로 취직했다. 처음으로 맡은 광고가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이었다. 극장에서 하루에 한번씩 <미션>을 봤다. 퇴근하고 보고 낮잠 자러 극장에 들어가서 보고. 30번도 넘게 봤고 거의 모든 컷을 외웠다. 그동안은 소비자로서 영화를 봤다면 그날 이후로 생산자로서의 영화적 관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3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명대사와 명장면.
=중학생 때 개봉관, 재개봉관, 동시 상영관을 돌면서 영화가 걸리는 곳마다 쫓아다니면서 본 영화가 바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였다. <대부>의 가장 유명한 대사는 이거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네.”
4 언젠가 연기하고 싶은, 혹은 연출하고 싶은 궁극의 캐릭터와 영화가 있다면.
=어느 날 문득 즉흥적으로 뭔가 떠오르거나 궁금하면 바로 실행하면서 영화를 찍었다. 언젠가는 저런 캐릭터와 이런 이야기를 할 거야, 라는 구체적 계획이 없는데, 그래서 내가 영화를 많이 찍는 것일 수도 있다. 필생의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나 필생의 대상 같은 게 없다.
5 영화에 하고 싶은 말, 영화에 듣고 싶은 말.
=“영화야, 고맙다.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