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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계속된다] 김보라 감독 - 영화로 연결된 우리는
김소미 사진 백종헌 2021-04-08

1 내 생애 최초의 극장 경험. 또는 내가 영화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순간.

=내 생의 첫 극장 경험은 강남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조이 럭 클럽>을 본 것. 바로 앞에 앉은 어떤 여성 관객이 대성통곡을 하기에 어린 마음에 무슨 사연일까 궁금했다. 극장에 앉아 있으니 어쩐지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어둠 속에서 영화가 흘러나온다는 사실에 마냥 설렜던 것 같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극장에서 처음 접하는 영화로 여성 서사를 만났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2 영화가 나를 구원한 순간은 언제인가.

=첫 장편인 <벌새>로 관객을 만난 경험이 내게는 구원이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눈물 흘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분들, SNS에서 내밀한 속마음을 나눠준 분들이 정말 많았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굉장한 연결감을 느꼈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경험이었다.

3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명대사와 명장면.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를 정말 좋아한다. 로제타는 자신을 유일하게 믿고 도와주었던 와플 가게 친구를 배신했다가 엔딩에서 다시 대면하게 된다. 소리내어 미안하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있는 그 표정, 자기 잘못을 깨닫는 그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음악도 없이 그저 불안하게 흔들리는 로제타의 얼굴에서 툭 끝내는 편집을 보면서 완전히 압도되었다.

4 언젠가 연기하고 싶은, 혹은 연출하고 싶은 궁극의 캐릭터와 영화가 있다면.

=질로 폰테코르보 감독의 <알제리 전투>에는 알제리가 해방되는 순간에 시민들이 자유를 외치면서 환호하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 그 장면을 볼 때 피가 끓는 기분이었다. 나 역시 언젠가 전쟁을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다. 전쟁 후의 트라우마, 좌우 진영의 갈등과 분리를 거쳐온 한국사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전쟁의 스펙터클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에게 남긴 두려움을 직면하고, 우리가 어떻게 대물림되는 상처를 안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5 영화에 하고 싶은 말, 영화에 듣고 싶은 말.

=영화에게. 아직도 너를 극장에 보러 갈 때면 너무 설레. 굉장히 오랫동안 널 혼자 좋아해왔는데 이제는 그 애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된 데 감사하고 행복해. 너는 내 삶에 큰 위로를 주었어. 지금은 네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니까 이번엔 내가 너에게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너와 계속 함께하고 싶어.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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