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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가상 세계의 라이브 클럽에서 만나요 -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이 이야기는 1987년 뉴욕에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뉴 뮤직 세미나’를 만들던 롤랜드 스웬슨이 ‘서남권’에 비슷한 걸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텍사스주 오스틴시를 골랐고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에서 이름을 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이하 SXSW)라고 지었다. 이후 35년간 SXSW는 빌리 아일리시, 에이미 와인하우스, 이기 팝, 톰 웨이츠, 더 스트록스 등 스타가 되기 직전, 혹은 이미 스타가 된 뮤지션을 클럽에 가까운 작은 무대에서 공연하게끔 만들었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연설대에 올라 자신들의 꿈을 얘기하도록 만들었다. SXSW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테크놀로지에 끌려가지 않고도 미래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수십년을 거쳐오며 음악 페스티벌에서 영화와 교육, 인터랙티브 분야로 쇼케이스를 넓혀가 누구보다도 빠른 신기술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여전히 행사의 핵심은 오스틴의 네거리와 작은 클럽들과 그곳에서 공연하는 뮤지션들과 앞으로 이들이 얼마나 유명해질지 예상도 못한 채 순수하게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공연장을 쏘다니는 관객이다. 2019년 50명의 관객과 함께 봤던 베드룸팝 뮤지션 핑크 스웨츠가 2년 뒤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을 가진 대형 아티스트로 성장한 걸 보았을 때의 전율이랄까.

SXSW는 매년 3월에 열리는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행사가 열리기 몇주 전 취소되었고, 그 이후로 일찌감치 온라인 에디션을 준비해 올해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 그리고 가상현실에서 행사를 열었다. 특히 가상현실 소프트웨어인 브이알챗(VRChat)에는 텍사스 오스틴의 시내를 옮겨놓은 맵을 구현했고 가상 세계 속 라이브 클럽에 들어가 공연을 감상할 수 있게 해두었다. 진짜 SXSW와 똑같이, 길을 걷다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셀카를 찍고, 공연장에서 맥주잔을 쥐기도 하며 루프톱 파티를 즐길 수도 있고 말이다. 올해 가장 탁월하게 구성된 온라인 페스티벌로 기억될 SXSW는 이 완벽한 대안적 경험을 통해 가장 간절하게 현실을 바라게 만드는 아이러니까지 갖췄다.

PLAYLIST+ +

빌리 아일리시 <Ocean Eyes>

빌리 아일리시는 2017년, 2018년, 2019년까지 총 세번 SXSW에 참가했다. 2016년 11월에 낸 데뷔 음반을 가지고 올랐던 첫 쇼케이스는 2017년 3월 16일 목요일, 오스틴 장로 중앙교회였다. 마이크의 하울링마저 분명하게 들리는, 어느 관객의 유튜브 클립은 지금보다 더욱 앳된 빌리 아일리시를 볼 수 있는 소중한 사료다.

톰 웨이츠 <9th & Hennepin>

쇼케이스는 신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SXSW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들도 스스럼 없이 쇼케이스 아티스트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그중 가장 멋진 케이스는 1999년 SXSW에 참가하여 파라마운트 극장에서 공연을 펼쳤던 톰 웨이츠. ‘A Late Evening With Tom Waits’라는 이름으로 열렸던 그의 라이브 공연은 유튜브에서 오디오 클립으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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