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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필요에 의해 만나 부족함을 채워가는 관계로 발전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
이주현 2021-02-02

낡은 세탁기는 번번이 말썽이다. 그럼에도 아영(김향기)은 세탁기에 돈 쓸 여유가 없어 버틸 때까지 버텨본다.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이 유일한 가족인 아영은 아끼고 버텨서 자립해야 하는 생활에 익숙하다. 마침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하던 때, 아영은 생후 6개월 된 아이 혁이를 키우는 영채(류현경)의 베이비시터가 된다. 술집에서 일하는 영채의 사정도 팍팍하긴 마찬가지.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스스로 아이를 돌볼 수 없다. 영채의 사정을 잘 아는 술집 사장 미자(염혜란)가 도움을 주지만, 집에서도 가게에서도 영채의 마음은 무겁다.

<아이>는 필요에 의해 만나 부족함을 채워가는 관계로 발전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다. “돈 벌어올게”라며 현관문을 나서는 영채와, 아동학과 졸업반 학생으로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아이를 돌보는 영채는 사실 닮은 구석이 많은 인물이다.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살다가,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처한 여성들. 영화는 이들의 자립과 동행을 세련되진 않아도 따뜻하게 그린다.

“너 내가 왜 술집 다니는지 안 궁금해?” “네. 저도 질문받는 거 안 좋아하거든요.” 아영과 영채가 나누는 대화처럼, 영화는 인물을 연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 노력한다. 아픔을 묵묵히 삼키는 김향기의 연기와 카리스마와 따뜻함이 공존하는 염혜란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미혼모 영채를 연기한 류현경에게 오래 눈길이 머문다. 사소한 표정과 행동과 말투만으로 영채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상상하게 만드는 류현경의 연기는 감탄스럽다. 신인 김현탁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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