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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Review] 알 수 있다
2002-05-14

시사실/ 단편 3개

다 큰 자식과 부모 사이가 다정다감하기란 쉽지 않다. 자식이 집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과 부대끼기 시작하면 부모와 나눌 얘깃거리가 드물다. 자기 고민을 부모에게 말하는 건 의지하려는 것 같아 싫고, 자기 때문에 부모가 걱정하는 모습도 보기가 싫다. 부모 입장에서도, 스스로 잘하는 것 같지도 않으면서 말만 하면 잔소리로 여기고 대드는 자식들에게서 어릴 때의 귀여움을 찾기는 힘들다. <알 수 있다>는 서로 대면대면하고 말을 시작하면 다투기 십상인, 다 큰 딸과 엄마 사이의 특이한 소통 방식을 스케치하듯 특징을 잡아 그려낸 단편이다.

서울에서 대학다니는 딸이 부산 집에 와서는 ‘시집가라’는 말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사소한 일들로 다툰다. “니는 배웠다는 가시나가 말버릇이 그게 뭐꼬. 공부고 뭐고 다 집어치아라.” “모처럼 집에 오면 좀 편하게 해줄 수 없나. 내 간다.” “가라. 다시는 오지 마라.” 딸은 밥먹다가 숟가락을 놓고 바로 집을 나와 서울로 온다. 서울 집에 다 와서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한다. 나중에 남동생에게 들으니 그때 엄마도 속상해 절에 갔다 오다가 교통사고로 발을 다쳤단다. 딸이 엄마에게 전화한다. “엄마, 미안해.” “지랄하네.” 투박하기 그지없는 부산 사투리는 이 둘의 겉다르고 속다른 의사소통을 표현하는 데 적격이다. 부산말로 “지랄하네”가 그렇듯, 둘 사이엔 암암리에 정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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