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재선에 성공한 클린턴은 98년, 백악관 인턴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 추문에 휩싸이게 된다.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 재임까지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혔던 스캔들의 위력은 비단 클린턴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조시 크리그먼과 엘리스 스타인버그가 연출한 <앤서니 위너: 선거 이야기>는 연이은 스캔들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 한 정치인의 캠페인 과정을 좇아가는 다큐멘터리다.
민주당 소속 7선 하원 의원으로 승승장구하던 앤서니 위너는 2011년, 트위터로 속옷 차림의 사진 등을 여성들에게 보낸 것이 밝혀지며 궁지에 몰린다. 처음엔 해킹을 당했다고 주장하던 그는 사건이 커지자 거짓말을 인정하고 의원직을 사퇴한다. 그리고 2013년, 위너는 재기를 노리며 뉴욕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해 선거 캠프의 직원들과 합심해보지만 또다시 비슷한 스캔들이 터지고 만다. 이젠 실수라는 변명도, 다신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도 통하지 않는다. 영화는 치명적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정치인과 그 주변인들의 절박한 상황을 지근거리에서 포착하며 정치인의 명과 암, 복귀와 몰락을 그려낸다. 위너의 아내이자 힐러리 클린턴의 오랜 보좌관이었던 후마 애버딘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씁쓸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어떤 이는 스캔들이 만들어낸 혐오감을 효과적인 셀링 포인트로 활용하기도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킹메이커 로저 스톤>(2017)의 ‘로저 스톤’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선 캠프로 정계에 입문한 뒤 수십여년간 정치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도널드 트럼프를 ‘왕좌’에 앉힌 인물이다. ‘무명보단 악명이 낫다’, ‘정치에서 잘못된 것보다 더 나쁜 건 따분한 것이다’, ‘증오는 사랑보다 더 강한 동기 요인이다’ 등 자신만의 법칙에 따라 권모술수를 주도해온 그에게는 스캔들이 오히려 지지자를 결집시키거나 정적에게 역공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곤 했다. <킹메이커 로저 스톤>은 여러 스캔들과 추문, 공격과 비난에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던 것에 의문을 갖는 이들에게 일종의 답변을 제공하는 동시에, 다가오는 2020년 대선에서도 스톤의 법칙이 다시금 통할지 궁금하게 만드는, 얄궂고도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다.
말, 말, 말
내 일거수일투족을 찍도록 허락한 걸 후회하진 않아요. 그냥 호기심 거리로만 끝나길 바라진 않았거든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전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사건이 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는 게 어이없지만, 결국은 그렇게 된 거죠.”(<앤서니 위너: 선거 이야기> 엔딩에서 앤서니 위너가 하는 말)
“난 증오를 즐겨요. 내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 날 증오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킹메이커 로저 스톤>에서 당신을 혐오하는 이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한 로저 스톤의 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