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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게임과 영화의 관계 맺기
장영엽 2020-04-24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지난 3월 콘솔게임 역사상 최다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글로벌시장 정보 업체 슈퍼데이터는 3월 전세계 디지털게임 매출액 또한 100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하며 코로나19 이후 게임 업계의 선전을 알렸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과 더불어 전세계적으로 직격탄을 맞은 영화산업과 달리 방구석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엔터테인먼트를 안전하게 즐기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게 된 것 같다. 더군다나 최근 뭇 게임이 구현하는 가상현실의 퀄리티는 이미 그 자체로 영화적인 경험과 맞먹는다. 영화 같은 드라마, 영화 같은 게임이라는 말이 있듯, 스토리텔링 산업의 최종 콘텐츠로서의 지위를 오랫동안 누려왔던 영화는 이제 게임을 비롯해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는 여타의 콘텐츠 산업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시점에서 게임과 영화의 관계를 다시 고찰해봐야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송경원, 김성훈, 김소미, 배동미 기자가 이번호에서 전하는 ‘게임이 영화를 바꾼다’ 특집기사는 오랜 시간 영향을 주고 받아왔던 게임과 영화의 관계가 시대와 기술의 변화와 맞물려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영화 매체의 강점이었던 가상현실의 물리적인 구현에 성공한 게임이 유저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서사와 시점 등의 전달 방식을 제한하는 ‘디렉터’로서의 역할을 고심하는 반면, 영화는 게임의 강점인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과 관객의 체험을 넓히는 방식의 연출을 강화하고자 한다. <잉투기> <가려진 시간>의 감독이자 고전 어드벤처게임부터 오픈월드 형식의 게임까지 다양한 유형의 게임을 두루 즐겨온 유저이기도 한 엄태화 감독이 <씨네21> 앞으로 보내온 에세이는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임만의 매혹을 이야기하고 있어 흥미롭다.

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한국 영화산업에 큰 영향을 주리라 예상되는 게임의 영역은 기술적인 지점이다. 존 파브로 감독이 <정글북>을 연출하며 전면적으로 제작에 투입한 게임엔진은 어느덧 발빠르게 최신 기술을 취하는 충무로 영화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1253호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김우형 촬영감독 제작의 애니메이션 <예수의 생애>와 <황금판다>는 언리얼엔진이라는 새로운 기술로 제작되는 리얼타임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다. 카메라의 위치에 따라 영화의 모든 요소를 결정하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게임엔진을 사용하면 원하는 장면의 ‘원형’을 가상의 공간에 먼저 구현하고 그것에 가장 적합한 카메라 위치와 움직임을 이후에 찾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김우형 촬영감독은 말한다. 시간에 쫓기고 장소에 구애받고 날씨에 영향을 받는 영화 현장의 딜레마가 머지않아 해소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의 말을 들으니 어쩌면 게임엔진은 영화 제작의 공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거대한 변화를 야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임이 바꿔놓을 영화산업의 풍경이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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