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프트 로펌에서 기업 법무 변호사로 일하는 롭 빌럿(마크 버팔로)은, 어느 날 갑자기 회사로 찾아온 농부에게서 듀폰사가 그의 마을에 대량의 화학물질을 살포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롭은 처음엔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으나 소 190마리의 죽음, 비정상적으로 망가진 그 사체들을 목도한 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조사를 거듭하면서 롭은 그동안 듀폰사가 살포해온 화학물질이 퍼플루오로옥타노익 에시드(PFOA)라는 이름의 독성 폐기물질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는 프라이팬, 아기 매트 등 PFOA가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이 침투해 있음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PFOA의 여파로 중증 질병을 앓는 환자들과 기형아 출산율이 점차 증가하자, 보다 못한 롭은 자기 커리어를 포함한 모든 것을 걸고 거대 기업 듀폰사와의 길고 긴 싸움을 시작한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 <다크 워터스>는 1998년부터 2017년까지, 20여년간 진행된 실제 소송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관련 정보가 방대하므로 영화는 이를 최대한 친절하게 요약 전달하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동물 사체, 기형적으로 태어난 신생아들과 같은 시각적 요소로 설명을 대신하기도 하는데 영화는 이를 통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경각심 또한 전한다. 롭 빌럿과 듀폰사의 법적 공방이 주된 서사지만, 영화는 소송 기간 동안 롭과 가족들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했는지도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중심 인물인 마크 버팔로, 작은 역임에도 제 몫을 다하는 앤 해서웨이의 연기가 몰입도를 높인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만큼 토즈 헤인즈 감독은 자기 색을 절제해 드러내는데, 그럼에도 인물 심리를 잘 다루는 그의 연출이 순간순간 빛을 발한다. <다크 워터스>라는 제목처럼 어두운 밤에 PFOA를 살포하는 첫 시퀀스는, 영화를 관람한 후 가장 섬뜩하게 느껴지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