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박해수, 이제훈, 박정민, 안재홍(왼쪽부터).
윤성현 감독의 9년 만의 신작, <사냥의 시간>이 2월 26일 개봉한다. 그간 개봉도 안 한 영화의 감독을, 심지어 아직 완성도 안 끝낸 그를 스튜디오로 불러내 추궁하듯 인터뷰한 게 몇번이던가. <사냥의 시간> 제작보고회가 있던 1월31일은 개봉일을 공식적으로 확정지은 날이었고, 이날 저녁 늦게야 하루 종일 스케줄을 소화한 배우들이 <씨네21> 표지 화보를 찍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았다. 공개할 수 있는 선을 넘지 않고 이야기하자면, <사냥의 시간>은 막 출소한 준석(이제훈)이 친구들인 장호(안재홍)와 기훈(최우식)과 상수(박정민)와 함께 새 인생을 꿈꾸려다가 정체 모를 추격전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배경은 경제 붕괴의 여파로 빈부격차가 극심해진 대한민국이며, 이들은 터전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통로로서 위험한 범죄를 계획한다. 공개된 스틸컷과 시놉시스로 유추해보건대, <터미네이터>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사이의 어디쯤 위치할 장르적 색채를 띤, 섬세한 감정이 아니라 짜릿한 서스펜스가 앞설 영화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묵직한 포스터 카피 아래 네명의 주인공(과 존재를 드러낼 수 없는 한명의 누군가)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선 채로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이 영화가 “즐거웠다”고, 그런데 “무지 힘들었다”고. 이들의 젊음을 하얗게 불태워 만든 <사냥의 시간>이 이제 관객의 가슴을 불태울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