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슨 커리의 <리추얼>이라는 책이 있다. 소설가, 시인, 화가, 작곡가, 철학자들의 창작 관련 생활습관을 다루었다. 메이슨 커리는 <리추얼>의 후속작으로 <예술하는 습관>을 발표했는데, 그 이유가 흥미롭다. <리추얼>에서 소개했던 161명 가운데 여성은 단 27명뿐이었다고. 커리가 이번에는 여성 예술가들의 창작 리추얼을 다루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도리스 레싱이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쓴 비결은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쓰는 내 친구와 비슷해 보인다. 레싱은 아이가 없었다면 1950년대 소호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으리라고 했다. 술을 마시며 예술을 논하는 대신 레싱은 아들을 돌보면서 글 쓸 시간을 낼 수 있게 삶을 조율했다. 조율이라면 쉽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아이가 일어나는 새벽 5시에 시작하는 일과다. 진짜 자신의 하루가 시작하려면 아이가 학교에 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루 종일 레싱은 일하다 말다를 반복한다. <킨>을 쓴 옥타비아 버틀러는 쓰고 싶든 말든 매일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몸을 많이 쓰는 일을 해야 해서 밤에는 글을 쓸 수 없었으므로,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일어나 글을 썼다. 모두가 규율을 중시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 작업을 하며 영화를 찍은 신디 셔먼은 새 작업을 시작할 때 소요시간을 전혀 모른다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시리즈가 잘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직감이었다. 극작가 로레인 한스베리는 집필 일정을 정하고 따르는 대신 적절한 작업환경을 조성한 뒤 쓰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뮤지션이자 에세이스트인 패티 스미스는 주로 침대에 앉아 글을 쓴다. 말년에 굴과 샴페인으로 연명했다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쓴 카렌 블릭센은 남편에게서 옮은 매독으로 건강 문제가 심각했고, 글을 쓸 때면 암페타민의 힘을 빌렸다. 좋아하는 창작자의 창작 리추얼을 아는 즐거움만큼이나 낯선 이름의, 하지만 재능이 뛰어났던 창작자들의 이름을 알게 해준다는 재미도 갖춘 책이다.
아주 오랫동안 어떤 사회에서든, 여성의 역할은 가정에서 가족을 돌보는 일에 국한되어 말해지곤 했다. 여성이 내놓은 창작물은 흔히 과소평가되거나 발표 자체가 어려워서 때로는 남성의 이름처럼 보이는 필명을 쓰기도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로 창작을 지속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자신만의 작업실을 갖기 어려워 가족이 잠든 뒤, 살림을 마친 뒤 식탁에서 작업하는 일도 많았다. 이 천재적인 재능의 예술가들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래서, 당장 뭐든 시작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