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정년퇴임 이후에 뭐 하실 거예요?”라는 아들(민병우)의 물음에 아버지(민형식)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할 게 있지. 다 생각해둔 일이 있다.” <몽마르트 파파>는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한 다큐멘터리다. 2016년 2월, 34년간 미술 교사로서의 삶을 마무리 지은 민병우 감독의 아버지는 인생 2막을 파리에서 시작하겠다고 선언한다. 젊었을 때부터 바랐던 꿈이자 ‘생각해둔 일’인 몽마르트르 거리 화가에 도전하기 위함이다. 아버지는 자신만만했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 대체로 비슷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1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이를 지켜보는 어머니(이운숙)는 답답하기만 하다. 감독이자 아들인 민병우는 프랑스어에 능통한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고, 마침내 아버지의 한달짜리 몽마르트르 거리화가 허가증을 취득하는 데 성공한다. 우여곡절 끝에 세 식구가 함께 떠난 파리. 카메라는 프랑스 곳곳의 아름다움을 누리며 새로운 감회에 젖어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그림을 그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는다. 물론 고흐, 샤갈, 모네, 달리 등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시작한 영화는 아버지의 도전정신과 미술을 향한 순수한 열정 등을 담아내며, 다수가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대된다. 스승이자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끊임없이 꿈을 좇는 모습 자체로 큰 영감을 주는데, <몽마르트 파파>의 미덕 또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