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변동
파워는 흥행순이잖아요
양대 메이저로 자리잡은 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의 수장들이 파워 1, 2위를 차지한 것은 예상대로다. 두 회사 모두 1년에 15편 이상 배급할 수 있는 토대를 확보, 한동안 순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싸이더스와 명필름이 3, 4위에 오른 것도 지난해와 다름없는 결과이다. 두 회사 모두 흥행성적에선 다소 부진했으나 잠재력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것은 코리아픽처스, 신씨네, 좋은영화의 급부상과 강제규필름, 튜브엔터테인먼트의 순위하락. 코리아픽처스는 <친구>, 신씨네는 <엽기적인 그녀>, 좋은영화는 <신라의 달밤>으로 지난해 흥행순위 1, 2, 3위를 차지했다. 강제규필름은 강제규 감독의 다음 영화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할 상황. 튜브는 최근 개봉한 <집으로…>의 승승장구가 무척 반갑다. 배급을 포기한 다음 CJ와 합병 이야기가 나돌았던 튜브는 다시 자력갱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 가운데는 씨네월드, 씨네라인Ⅱ, 튜브픽처스가 처음 50위 안에 들었다. 각각 <달마야 놀자> <친구> <집으로…>가 흥행에 성공해 높은 점수를 얻었다. 투자사 아이엠픽쳐스와 배급사 청어람의 신규진입도 눈에 띄는 결과이다. 아이엠픽쳐스는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에 힘입은 것이고 청어람은 싸이더스, 아이픽처스, 아이엠픽쳐스 3개사의 영화를 배급하기로 함으로써 힘이 실렸다.
마술피리 대표 오기민씨의 순위진입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흥행에 실패했지만 다음 영화가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이며 프로덕션 퀄리티가 높다는 평판을 얻은 결과이다. 지난해 50위 안에 들었던 영화사 봄, 유니코리아, 씨앤필름, 태원엔터테인먼트 등은 제작라인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아 순위 밖으로 밀렸다. 그러나 다들 올해 신작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순위권 재진입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정책 파워 약화
영진위원장 29위에서 80위 밖으로
올해 순위의 특징 중 하나는 관계, 정계, 영화진흥위원회 등 영화정책 분야를 담당했던 이들이 대거 50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50위권에 포진한 문성근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장, 명계남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등도 모두 순위가 하락했다.
여기에 해마다 중위권에 거명됐던 영진위 위원들은 아예 눈에 띄지 않는다. 가장 큰 낙폭을 보인 이는 영진위 유길촌 위원장. 2년 전 단번에 8위에 올랐던 그는 지난해에는 29위로 떨어졌다가 올해는 80위권대로 물러났다. 해마다 20위권 내에 포진했던 이용관 위원 또한 50위권대에 머문 것을 보면, 위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데 따른 동반하락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영진위를 중심으로 진행해온 영상진흥정책이 어느 정도 소임과 기능을 다했고, 그 과실을 한국영화가 어느 정도 거둬들인 결과로 볼 수도 있다.
한편,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영진위 위원인 김홍준 감독은 올해도 50위대권에 거명됐는데, 그는 평소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는 스타일 탓에 활동이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로 인해 항상 ‘박한’ 점수를 받아온 경우다. 박지원, 김한길 장관 등의 전임자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데다 영화계 행사에 얼굴을 자주 내비치지 않은 남궁진 장관 역시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이후 순위에 오르지 못한 첫 문화부 장관이 됐다.
배우 파워
캐스팅난 속 9명의 배우들
무려 9명. 조사를 시작한 1995년 이래, 올해는 가장 많은 숫자의 배우들이 파워50에 진입했다. 충무로 제작자들이 공히 지적하는 심각한 캐스팅난에 비례해 배우들의 영향력도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예전의 한석규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존재는 없지만, 이들 9명과 순위 밖에 있는 배우들을 포함한 일부에게만 시나리오가 집중되고 있다는 현실을 역으로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파워50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설경구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공공의 적>에서 캐릭터에 완벽하게 동화되는 연기를 펼쳐 영화에 박동감을 불어넣은 그는 최고의 연기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순위에 첫 진입한 장동건 또한 <친구>와 를 통해 자신감과 자신의 색깔을 보여줘 충무로 제작자들의 표적이 됐다. <친구>에서 괴력의 연기파워를 뿜어낸 유오성과 <엽기적인 그녀>에서 스크린을 장악하는 매력을 뽐낸 전지현도 ‘파워배우’ 대열에 동참했다. <복수는 나의 것>의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배우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송강호나 주연작이 없어도 늘 손꼽히는 연기자 안성기, <파이란> <취화선>을 통해 ‘신기’를 보여준 최민식,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상큼한 변신을 이룬 전도연 등도 꾸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3년 동안 출연작 한편 없어도 파워를 인정받고 있는 한석규는 여전히 신기한 존재다. <이중간첩>을 통해 스크린에 복귀하면 그의 영향력은 다시금 막강해질 전망이다. 이들 외에도 신은경, 이병헌, 정우성, 차태현, 조재현, 차승원이 파워50 진입을 기다리고 있으며, 연예계 은퇴 선언을 한 심은하의 잠재력을 평가한 응답도 있었다.
순위권 밖
평론가, 변호사도 거명
파워50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추천된 인사는 모두 63명. 백화점과 할인점을 앞세운 제1의 유통망을 갖고 있어 빠른 속도로 전국 7개 지역에 42개 스크린을 깔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업확장을 목표로 하는 경쟁 멀티플렉스 업체들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시네마 조병무 대표, 결과적으로 수익률이 좋진 못했지만 <고양이를 부탁해> <와니와 준하> <마리 이야기> 등 완성도 높은 영화들에 투자하면서 주목을 끌었던 무한투자의 최재원 이사, 지난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들고서 막판 만회에 나서 직배사 체면을 세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박효성 대표, <폰> 등의 한국영화에 부분투자하는 등 현지 전략을 진행중인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의 김상일 대표가 50위대에 머물렀다.
<장화홍련전>의 시나리오 작업중인 김지운 감독, 5월에 촬영에 들어가는 <테슬라>를 비롯 6편의 제작라인업을 공개하며 기지개를 켠 장윤현 감독, 시나리오 작업중인 <은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아리랑>의 연출 제의를 받은 정지영 감독 등은 60위권을 형성했다. 세 감독 모두 지난해에 비해 순위가 대폭 하락했지만, 연출작이 가시화하는 내년의 경우 동반상승이 예상된다.
한편, 70위권 내에는 영화평론가로는 유일하게 정성일씨가, 김형구, 김성복, 김우형 촬영감독 등과 특수효과 부문의 정도안씨, 정두홍 무술감독 등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스탭들, 그리고 영화계 안팎의 크고 작은 난제들의 법률적 자문을 도맡고 있는 조광희 변호사가 포함되어 이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