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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조커> 보며 <펭귄> 생각
주성철 2019-09-27

“You complete me.” <제리 맥과이어>(1996)에서 스포츠 에이전시 매니저 제리(톰 크루즈)가 도로시(르네 젤위거)에게 고백하며 유명해졌던, ‘넌 나를 완성시켜주는 존재’라며 멜로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 대사는 <다크 나이트>(2008) 취조실 장면에서 조커(히스 레저)가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에게 하기도 했다. 선이 있으면 악도 있고 배트맨이 있는 세상에 조커도 있다는 의미로, 조커는 그렇게 배트맨을 필요로 했다. 자신에게 쨉도 되지 않는 재미없는 경찰들에 비하자면 배트맨은 그야말로 흥미로운 적수였기 때문이다.

올해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제작한 코믹북 원작 영화 중 최초로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가 된 <조커>에는 바로 그 조커(호아킨 피닉스)의 영혼의 파트너 배트맨이 등장하지 않는다. 나중에 배트맨이 될 어린 브루스 웨인과 그의 아버지 토마스 웨인(브렛 컬런)이 등장할 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조커>에서 어린 브루스 웨인을 연기한 단테 페레이라 올슨이, 호아킨 피닉스에게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너는 여기에 없었다>(2017)에서 그가 연기한 ‘조’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는 사실이다. 배트맨과 조커가 사실상 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흥미로운 캐스팅이다.

무엇보다 <조커>는 조커 탄생기에 집중된 스토리텔링에서 보듯 기존 DC 유니버스 안에서 무척이나 독립적이다. 이전 <배트맨> 시리즈는 물론이고 <저스티스 리그>(2017)나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을 연기하게 될 2021년 개봉예정작 <더 배트맨>과도 무관하다. 과거 호아킨 피닉스가 최종 협상단계까지 갈 정도로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기할 뻔했다가, <어벤져스> 시리즈 등 여러 편을 계약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 무산된 일은 유명하다. 그러고 보면 호아킨 피닉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더불어 과거 대런 애로노프스키가 연출할 뻔했던 <배트맨: 이어 원>의 가장 유력한 배트맨 후보 배우이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이 무산되며 그의 ‘가난한 배트맨’이라는 아이디어는 잠들고 말았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드라마 <고담>에서 카메론 모나한이 연기한 조커도 꽤 재미있게 봤다. 물론 조커는 영화에만 등장해야 한다고 믿는 워너브러더스 간부들로 인해 판권 문제로 조커를 조커로 부를 수 없게 됐지만(그래서 카메론 모나한의 캐릭터 이름은 ‘제롬’이며,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초록 머리를 할 수 없었다), 누가 봐도 그는 조커였다. ‘조커의 탄생기’라 이름 붙은 <조커>와 비교해도 <고담>은 가장 어린 조커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물론 펭귄이 가장 중요하게 등장하는 <고담>을 보면 조커만큼이나 펭귄 솔로무비가 보고 싶긴 하다. 다시 봐도 걸작인 팀 버튼의 <배트맨2>(1992)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역시 대니 드비토가 연기한 펭귄이었다. 귀족 집안 출신이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런 괴상한 모습이었던 펭귄은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하수도의 펭귄들에 의해 길러졌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외모에 대한 열등감으로, 자신의 우스꽝스런 외모와 걸음걸이를 두고 펭귄이라 놀리는 사람들을 향해 서슴없이 총구를 겨냥하는 고담시의 가장 그로테스크한 빌런이었다. 어쨌거나 이번호 특집은 <조커>의 모든 것이다. 모처럼 DC 뽕이 차오른 것 같다. <조커> 기사는 다음주에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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