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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과 월맹군 `3일간의 전쟁`
2002-05-03

랜덜 월레스 감독의 <위 워 솔저스>는 지난 1965년 11월14일 베트남 아이드랑 계곡 엑스레이 지역에서 벌어졌던 미군과 월맹군 사이의 72시간에 걸친 전투를 다룬 영화다. 한국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할 무어(멜 깁슨) 중령은 전투 경험이 전혀 없는 공수부대원 395명을 이끌고 아이드랑 계곡에 헬기를 통해 고공침투한다. 이 지역은 불과 11년 전인 1954년 프랑스의 연대 병력이 인도차이나군에 전멸당한 곳. 그들을 맞이한 2천명의 월맹 정규군은 바로 그 빛나는 전과를 기록했던 부대다. 무어의 부대는 장비와 병력과 전투경험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월맹군에 맞서 헬기와 폭격기의 지원을 받으며 사흘 밤낮 사투를 벌인 끝에 이 죽음의 계곡을 점령한다. 랜덜 월레스 감독이 <브레이브 하트>와 <진주만>의 시나리오를 쓰고 <진주만>의 제작을 맡았던 인물임을 상기한다면 영화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어 중령이 퇴역한 뒤 당시 종군기자로 현장에 있었던 조 갤러웨이와 함께 쓴 소설 <우리는 한때 젊은 군인이었다>가 영화의 원작이다. 영화에서 무어 중령은 `전쟁'과 `군인'을 구별하며 “군인은 우선 자신을 위해서라도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하버드대 석사 출신인 그는 월맹군 군인 또한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전쟁에 대해 반성적인 지식인 지휘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건 전쟁의 추악한 얼굴을 가리는 일일 수 있다. 전쟁은 그렇게 성찰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쌍방에 대해 공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지만, 이 전투의 성격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 이 참사는 미국이 베트남과 전면전을 벌이기에 앞서 베트남 지형에서 공수부대의 고공침투가 가능한지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시험전투였다. 3일 개봉. 이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