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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라이벌이었던 두 형사의 충돌과 갈등
장영엽 2019-06-26

인천 앞바다에서 잔혹하게 훼손된 여고생의 시신이 발견된다. 강력반 형사 한수(이성민)와 민태(유재명)는 범인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오랫동안 경찰서 안에서 라이벌 관계였던 두 사람은 수사 과정에서 종종 부딪힌다. 그러던 어느 날 3년 만에 출소한 마약 브로커 춘배(전혜진)가 한수를 찾아와 여고생 살인사건의 진범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대신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눈감아달라고 말한다. 한수는 춘배와 손을 잡고 사건의 전말을 좇지만, 그의 라이벌 민태가 이 사실을 눈치채며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간다.

프랑스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2004)가 원작이다. 라이벌이었던 두 형사의 충돌과 갈등을 다룬다는 점은 원작과 비슷하지만, <비스트>는 두 사람의 대결 외에 주변 인물의 사연과 범인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룸으로써 서사의 범주를 확장시킨다. 소모적이지 않으며 나름의 개성과 매력을 갖춘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은 반갑다. 특히 그래픽노블 속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범죄자 춘배와 모든 사건을 관찰자적 위치에서 바라보는 형사 미영(이상희)은 원작에서 볼 수 없던 인물로, 영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영화의 초점이 다양한 인물들에게로 분산되는 가운데 정작 영화의 핵심인 두 주인공이 주고받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표현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선악의 경계를 오가며 혼란을 겪다가 자신도 모르는 새 괴물이 되어버리는 인간 군상을 영화는 관조적인 태도로 바라보는데, 이러한 거리두기에 앞서 인물에 대한 이해와 몰입을 도울 만큼의 상황과 정보가 주어졌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베스트셀러>(2010), <방황하는 칼날>(2013)을 연출한 이정호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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