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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배우 안지호의 <원더>
안지호(배우) 2019-05-28

외로움을 버리는 법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 출연 제이콥 트렘블레이, 줄리아 로버츠, 오언 윌슨 / 제작연도 2017년

‘어기’를 처음 만난 건 영화 <원더>의 원작 소설 <아름다운 아이>에서였다. 안면 기형 장애아로 태어나 집에서만 지내던 어기 풀먼(제이콥 트레블레이)이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고 불편한 어기는 우주인 헬멧 속에 자신을 숨긴다. 그는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시선과 관심 받길 두려워한다. 어기를 괴물이라 부르며 괴롭히는 아이에게 벌을 준 교장선생님은 그 아이의 부모에게 말한다. “어기의 외모는 바꿀 수 없어요. 그러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싸늘한 시선은 남에게 상처를 줄 수도, 심지어 죽일 수도 있다. 내가 무심코 한 행동 또한 그랬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과거를 되돌아보게 됐다.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는 친절함을 선택하라”는 선생님의 말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건 사람들의 시선이다. 그 시선을 거두면 나를 포함한 모두가 동등해진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아이>를 영화로 만든 <원더>를 보는 내내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애초에 ‘평범함’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원작 소설처럼 영화 <원더> 역시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의 시점까지 담아내서 훨씬 흥미로운 작품이다. 영화엔 어기의 누나 비아(이자벨라 비도빅)나 그의 친구 미란다(대니얼 로즈 러셀)의 시선도 등장한다. ‘보통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아픔은 어기의 그것처럼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출 수는 있지만 위로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 쉽다. 겉으로 드러나든 안으로 숨어 있든 다른 종류의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은 똑같이 평범한 사람들일까 아니면 모두가 특별한 사람들일까?

“네가 있는 곳이 맘에 들지 않으면 네가 있고 싶은 장소를 그려보렴.” 어기가 힘들 때 언제나 곁에서 믿고 지지하는 엄마 이자벨(줄리아 로버츠)은 자식을 낳고 기르면서 어려운 논문까지 쓰는,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을 지녔다. 장애를 가진 아들에게 언제나 멋지고 재치 있는 아빠 네이트(오언 윌슨), 모든 관심이 동생에게 쏠려 있어서 외롭고 힘든 누나 비아…. 영화 속 그 누구도 평범하지 않았다. 모두의 인생이 특별했고, 강인함, 유머, 이해심, 따뜻함, 긍정적 사고 등 각자가 가진 무기로 다가오는 어려움을 열심히 헤쳐나가고 있었다.

가끔은 친구들과 다른 ‘나만의 특별함’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들과 비슷한 관심사를 나눌 때는 ‘나의 평범함’을 느낀다. 어떤 맥락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 모두가 특별하면서 모두가 평범하다. 안면 기형 장애를 가진 어기와 그의 가족, 친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선량한 무기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 또한 그 길에 다른 사람과 손잡을 수 있다면 우리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준 <원더>는 내가 마음속에 간직하고픈 보물 같은 영화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도 <원더>를 통해 이 따뜻한 메시지를 함께 느끼고, 손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지호 배우. <나의 특별한 형제>(2018)에서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보희와 녹양>(2018)으로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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