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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박소담 - 퍼즐 완성!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9-05-21

인터뷰를 한 날 아침, 홍경표 촬영감독을 잠에서 깨워 박소담이 연기한 기정이 어떤 인물인지 대뜸 물었다. 보안 서약이 떠올랐는지 홍 촬영감독은 “기정은… 송강호 딸이야”라고 말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송강호와 나란히 서서 표지를 촬영하는 박소담을 보니 송강호와 어딘가 닮아 보이기도 하고, 안 닮아 보이기도 하고. 이 얘기를 들은 박소담은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가족인데요, 뭘”이라고 활짝 웃었다. 기정은 기택(송강호)과 충숙(장혜진) 부부의 딸이자 기우(최우식)의 동생이다.

-봉준호 감독에게 박소담 배우가 최우식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시나리오를 썼다고 들었다.

=송강호 선배, (최)우식 오빠가 출연하기로 결정됐을 때 감독님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극중 오빠(최우식)를 만날 계획이니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와달라고 하셨다. 감독님을 뵙자마자 감독님이 나와 우식 오빠 둘이 나란히 붙어보라고 하더니 사진을 찍으셨다. 얼마 전 감독님이 사진을 보내주면서 이 사진을 보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알려주셨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꽤 놀랐다. 아빠, 엄마, 아들, 딸로 똑같이 구성됐지만 살아가는 환경은 정반대인 두 가족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한국사회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었다.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에 한대 크게 맞았다.

-기정은 어떤 인물인가.

=기택 가족 중에서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당차고 현실적이며 상황 판단이 빠르다. 특히 위기에 처했을 때 가족 누구보다 빨리 움직이는 성격이다. 당당하고 진취적인 면모가 나와 닮은 구석이 많다. 어떤 일들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되게 멋져서 정신의 건강함까지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

-기우의 이력서를 위조하는 포토숍 실력도 뛰어나던데.

=“서울대에 문서위조과, 그런 건 없나”라고 아버지 기택이 물어볼 만큼 기정은 실력은 뛰어나지만 취업을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을 일부러 구하지 않는 건 아니고 취업전선에 열심히 나섰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 점에서 기정은 요즘 20대를 많이 반영한 인물이다. 두뇌회전이 빨라 언젠가는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인물이다.

-주요 공간인 기택의 집이 좁은 탓에 송강호, 장혜진, 최우식 배우와 가족처럼 살을 맞대는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

=박 사장님네는 그렇지 않겠지만 우리 가족 네명은 집에서 가져온 것 같은 편안한 복장을 하고 기택의 집에 들어가니 낯선 느낌이 전혀 없고 무척 편안했다. (송)강호 선배는 전작 <사도>(2014) 때 호흡을 맞춘 바 있어 되게 편했다. 그리고 연극원 선배이기도 한 장혜진 선배가 출연한 <우리들>(2015)을 보고 정말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만나서 반가웠다. 우식이 오빠는 낯을 가리지 않는 내가 먼저 다가갔다.

-동료 배우간의 호흡이 잘 맞아 쾌감이 컸던 장면이 있나.

=예고편에도 나오는데 기우와 기정 남매가 와이파이 신호를 찾는 시퀀스. 좁은 공간에서 한컷으로 찍은 장면이다. 연기, 동선, 카메라 움직임 등 모든 요소가 정확하게 움직였을 때 퍼즐이 완성되는데 감독님이 “컷”을 외치는 순간 ‘이게 되는구나’ 싶어서 깜짝 놀랐다.

-배우로서 작업하는 방식이 <기생충> 이전과 이후에 어떻게 달라졌나.

=<기생충>을 찍기 전에는 경험이 많지 않고 선배님들과 붙는 장면이 많아 남들에게 폐 끼치지 말고 내 것만 똑바로 잘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생충>은 여유도 조금 생겨 동료 배우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현장을 즐겼고 시선도 훨씬 넓어졌다. 현장에 가는 길이 긴장도 됐지만 그보다 더 즐겁고 행복했다. 이렇게 캐릭터에 푹 빠져서 현장을 즐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생충>을 찍기 전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지 않고 꽤 쉰 것으로 알고 있다. 쉬면서 뭐했나.

=주변 사람들을 만나고 강아지와 놀고 간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 쉬겠다고 계획한 건 아니고 어쩌다보니 쉬게 됐다. 데뷔한 뒤 3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센 역할을 연달아 해도 힘들지 않았는데 쉬어보니 그동안 내가 많이 지쳤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상태로 계속 달리면 연기가 재미없을 수도 있겠다. 연기에 재미를 못 느끼면 배우를 더이상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평소 많이 했던 까닭에 최선을 다해서 쉬어야겠다 싶었다. 사람들이,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 그때 <기생충> 출연을 제안하는 연락이 왔다.

-결과적으로 쉬는 동안 백수 기정을 준비한 셈이다. (웃음)

=충분히 쉬지 않고 <기생충>에 합류했더라면 이렇게 즐기지 못했을 것 같다.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 참석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레드카펫을 걸을 때 되게 어지러울 것 같다. 혼자 가는 게 아니라서 마음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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