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인 1999년 <편지>와 <연풍연가>가 개봉되면서 베트남 관객들은 처음으로 한국영화를 만났다. 낯선 땅에서 관객을 맞은 한국영화 두편은 개봉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아사 직전에 놓인 호치민 극장가에 일순간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한국에서 광고업에 종사하다가 97년 그만두고서 베트남의 문물에 관한 다큐멘타리를 찍으러 그곳에 갔던 이인식씨(45). “한국영화가 전혀 들어와 있지 않았는데, 그들의 정서가 한국인과 비슷해 한국영화를 배급하면 되겠다 싶었다.”
이씨는 그뒤로 <찜> <패자부활전> <주노명 베이커리>를 베트남에 배급하다가 지난해 베트남필름페스티벌에서 팜 누에 지앙 감독의 <잃어버린 계곡>을 봤다. 후반작업을 다시해 조금만 손을 보면 해외에 배급해도 성공할 것 같았다. 팜 누에 지앙과 합의를 보고 필름을 한국으로 가져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사운드 믹싱과 현상을 다시 했다. 그 필름이 이번 전주영화제에 첫선을 보인 것. “후반작업에만 참여했기 때문에 아직은 제작자의 직함을 내밀 입장은 아니다. 올해안에 팜 누에 지앙 감독의 남편과 만들 영화를 통해 정식으로 제작자로 데뷔할 예정이다.” 이씨는 더이상 베트남에 한국영화를 배급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찜>의 흥행 성공 이후 너도나도 한국영화 배급에 뛰어든 결과, 베트남 사람들은 이제 한국영화의 비슷한 패턴에 염증을 느낀다. 나는 대신 일본영화나 홍콩영화를 베트남에 배급해 보려고 한다.”
심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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