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2002전주데일리] 특집기획-아르헨티나독립영화 감독들의 분투
2002-05-01

영화 열기는 뜨거우나 산업이 뒷받쳐주지 못한다

1970년대 페르난도 솔라나스, 80년대 <오피셜 스토리>의 루이스 푸엔조를 끝으로 국내 관객의 기억 저편에 묻혀진 아르헨티나 영화에 새로운 조짐이 일고있다. 90년대 후반부터 젊은 영화학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제난으로 척박해진 제작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부투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90년대 후반 부에노스아이레스 독립영화제가 탄생해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남미 독립영화인들의 힘을 결집시키는 장이 되고있다. 올해 4회 부에노스아이레스 독립영화제는 재정난으로 열리지 못할 뻔했으나, 베를린영화제와 로테르담영화제가 재정을 지원해줌 따라 성사됐다. 한 영화제가 다른 나라의 영화제를 지원하는 이변은,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독립영화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올해 전주영화제는 지난해 <끽연구역>과 <자유>로 각각 장편 데뷔한 베로니카 첸(33), 리산르도 알론소(27) 등 아르헨티나의 젊은 감독 두명을 그들의 데뷔작과 함께 초청했다. 30일 오후 1시30분 소리문화의전당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 둘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그곳의 영화가 오랫동안 국내 관객에게 잊혀져 왔음을 반영하듯, 아르헨티나 영화와 영화산업의 현재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전세계적인 현상이겠지만 아르헨티나에서도 젊은 세대의 영상매체에 대한 붐이 대단하다. 8년전부터 영화학교가 급증해 영화학도가 쏟아져 나오지만 경제가 너무 어려워서 영화 찍는 건 물론이고, 일자리 구하기가 힘든 상태다.”(리산드로 알론소) “정부에서 독립영화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 처음 데뷔하는 감독에게 그걸 지원하지만, 매우 부족하다. 옆에 앉은 알론소 감독은 <자유>를 가족들의 돈으로 찍었다. 나나 알론소의 데뷔작에 참여한 스탭들은 돈을 한푼도 받지 못한 상태다.”(베로니카 첸)

솔라나스 등 ‘제3의 영화’로 불렸던 아르헨티나 저항영화의 전통이 젊은 감독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는지를 묻자, 두 감독 모두 “감독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베로니카 첸은 “솔라나스는 당시 아르헨티나 영화를 세계에 알렸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레오나르도 파비오 감독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리산드로 알론소는 “좋아하는 감독, 영향받은 감독은 다 다를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70년대 영화는 독재시대를 반영한다, 대중들은 그 영화를 많이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춘남녀의 출구없는 방황을 다룬 <끽연구역>과, 세상과 상관없이 숲속에 처박혀 지내는 벌목공의 하루를 특별한 줄거리 없이 내리 찍은 <자유>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리산드로 알론소는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스튜디오 시스템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독립영화라는 개념이 특별한 의미가 없다”면서 “실제로 독립영화라고 해도 저마다 다 틀리다, 내 영화와 첸의 영화도 그렇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베로니카 첸은 아르헨티나 영화산업의 현재를 이렇게 요약했다. “가시적인 영화산업이 있긴 하지만 경제난 때문에 제 기능을 못한다. 수많은 감독 지망생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걸 수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무척 희망적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독립영화제에 대한 몰리는 관객의 열기가 뜨겁다. 또 2년 전부터 할리우드 영화에만 쏠리는 경향이 바뀌어서 관객들이 유럽영화나 실험영화들을 찾기 시작했다. 산업적 지원이 시작되면 바로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임범

*그림설명(사진:씨네21 정진환)

3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베로니카 첸과 리산드로 알론소(왼쪽부터)

▶ 씨네21 [2002전주데일리]홈페이지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