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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염정아 - 매번 새롭게
장영엽 사진 오계옥 2019-04-08

“요즘 너무 즐겁다”는 배우 염정아. 2018년 말에서 2019년 상반기에 이르기까지 염정아는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가을 개봉한 <완벽한 타인>은 529만 관객을 동원하며 비수기 영화시장의 다크호스가 됐고, 드라마 <SKY 캐슬>은 수많은 유행어와 함께 ‘염정아 팬덤’을 양산했다. 하지만 염정아는 반짝거리는 순간에 천착하거나 행복이 쉽게 지나가버릴 거라 지레 걱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좋을 때도 담담, 슬플 때도 담담”하다는 그는 자신의 성장이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그의 차분함이 <미성년>의 영주와 닮았다. 가족의 균열을 알리는 사건에 직면한 영주는 고요하고도 침착하게 한 걸음씩 난관을 돌파해나간다. 타인을 탓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파괴하지도 않으며. 굳건하고 건강한 마음을 지닌 또 한명의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낸 염정아를 만났다.

-촬영하는 걸 지켜보니 극중 딸이었던 김혜준을 살뜰히 챙기더라.

=내가 그랬나. 혜준이가 워낙 착하고 예쁘다. 지금까지 작품 하면서 만난 신인배우들이 다들 바르고 착하다. <카트>의 (도)경수, <SKY 캐슬>의 (김)혜윤이, <미성년>의 혜준이까지. 그 나이였을 때 나는 좀더 철이 없었던 것 같은데, 요즘 친구들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고 진지하게 연기에 임한다.

-<미성년>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의 인상은.

=내가 알고 있는 김윤석이라는 사람과 <미성년>이라는 작품이 매치되지 않았다. 지금이야 감독님이 얼마나 감성적이고 섬세한지 잘 알지만 처음에는 김윤석 감독이 쌓아온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더 관심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꼼꼼히 읽어봤는데 글이 너무 좋았다.

-김윤석 감독은 <오래된 정원>(2006)에서 당신이 연기한 윤희처럼 자존감 강한 인물로 영주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 인물이었다. 굉장히 크게 상처받고 생활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은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주는 꿋꿋한 척, 상처받지 않은 척하며 자기 삶을 지키려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수위까지 감정을 표현하고 감춰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한 게 영주처럼 겉으로 표현하는 게 많지 않은 인물의 감정을 엿볼 수 있도록 디테일을 세세하게 다 만들어주셨다는 거다.

-실제로는 어떤가. 자존감이 강한 편인가.

=강하다. 쉽게 상처받지 않고, 상처받을 일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풀어내는 편인데 자존감이 높아서가 아닐까 싶다. 다만 나라면 영주처럼 사건의 당사자인 미희를 직접 만나러 갈 엄두는 못 냈을 것 같다.

-미희 역의 김소진 배우와 함께 연기하는 두번의 순간이 무척 강렬하다.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여자 대 여자로 대면하는 장면이라는 점도 인상적이고.

=소진이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한 배우다. 무대 경험이 워낙 탄탄해서 그런지 테이크를 여러 번 가도 에너지가 그대로거나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라. 함께하는 장면을 찍을 때에는 소진이나 나나 긴장을 무척 많이 했다. 다 찍고 나니 카타르시스가 밀려왔다. 감독님이 굉장히 흡족해하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캐릭터에 깊이 몰입해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라고 느낄 정도로 충격적이고 밀도 있는 경험이었다.

-이렇게 여자배우들이 밀도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다.

=맞다. 내가 운이 참 좋은 것 같다. <완벽한 타인>부터 드라마 <SKY 캐슬>, <미성년>까지 여성 캐릭터가 매력적인 작품들에 연달아 출연하고 있으니까.

-과연 운이기만 할까 싶다. 작품 보는 안목이 있는 것 같다.

=작품 고르는 기준은 단순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면 그 작품에 출연한 내 모습이 그려지는 작품이 있고 아닌 작품이 있다. 그 차이가 극명해 굉장히 결정을 빨리 하는 편이다. 가능한 한 겹치는 캐릭터를 선택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중요한 기준이다. 좋은 작품이 나에게 왔을 때 놓치지 않으려 한다.

-차기작은 최정열 감독의 <시동>이다.

=4월부터 합류한다. 시나리오를 봤는데 너무 재치 있고 귀여워서 기대가 크다. 극중 주인공 택일(박정민)의 엄마를 연기한다. 배구 선수 출신에 다소 무뚝뚝하면서도 뜨거운 모성애도 보여준다.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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