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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픽처스] <안녕, 나의 소녀시절이여> 김한석 감독 -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장영엽 사진 백종헌 2019-03-22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요?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2018년 12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는 고된 순례길의 한복판에 선 어린 여승의 질문으로 시작하는 영화다. 천진난만하게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가족과 행복한 한때를 보내던 산골 마을의 소녀는 어떤 연유로 어린 나이에 구도자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영화는 순례길에 오른 여승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인생의 방향과 의미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KBS 대기획 4부작 다큐멘터리 <순례>의 1부에 해당하는 내용을 영화화한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는 방영 당시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영화와 더불어 <순례>의 연출과 기획을 맡은 김한석 감독은 이 작품으로 2018년 한국방송대상에서 TV다큐멘터리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KBS PD로 재직 중인 김한석 감독은 “사람의 삶을 단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1분 혹은 30초 만이라도 인생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가족과 함께 살다가 출가해 승려가 되는 16살 소녀 쏘남 왕모 스칼닷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를 발견한 계기는.

=방송을 기획하던 중 인도 티베트 불교의 한 종파인 드루크파에서 ‘패드 야트라’(발의 여정)라는 종교적 순례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길을 걸으며 중생을 위해 기도하고 수행하는 이 여정이 가장 힘들게 느껴질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보니 여승, 그중에서도 출가한 지 얼마 안 된 여승이겠더라. 그런 인물을 찾으려고 6개월을 기다렸는데 운 좋게 히말라야 고산지대 마을에서 출가를 준비 중인 두 소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 이야기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두 소녀 중 가족이 더 많은 쏘남 왕모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영화는 쏘남 왕모의 소녀 시절과 패드 야트라 순례길에 오른 그의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전개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패드 야트라는 순례의 여정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쏘남 왕모라는 소녀의 인생 여정이기도 하다. 고된 길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그 고된 길을 걸으며 이상향 같은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는 쏘남 왕모의 모습이 우리가 처한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쏘남 왕모가 왜 출가를 결심했는지 영화는 끝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출가에 대한 세세한 설명과 인터뷰를 배제한 건 선택의 이유를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싶기 때문이다. 출가의 이유를 물어보았을 때 쏘남 왕모는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고 싶다”고 대답했지만, 오랜 시간 그를 지켜본 나는 그것이 그의 진심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지는 않다. 그의 말대로 정말 배움을 위해 출가하는지, 척박하고 힘든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는지,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열어둔다.

-고산병으로 쓰러지는 승려들의 모습을 보니 촬영 중 아찔하고 위태로운 순간도 많았을 것 같다.

=해발 5200m 가까이 되는 산을 넘어갈 때는 현지인들도 쓰러지더라. 촬영감독들이 다 쓰러져 내가 임기응변으로 DSLR로 촬영한 적도 있다. 순례길에는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때문에 그들을 순발력 있게 담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영화 버전에서 새롭게 추가된 장면은.

=출가하기 전 쏘남 왕모의 모습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공들여 보여주려 했다. 그런 모습이 더 디테일하게 보여야만 이후 쏘남 왕모가 걷는 순례길이 더욱 극적으로 다가올 거라고 생각했다. 또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밝게 살아가는 쏘남 왕모 가족의 모습을 통해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연출자로서 앞으로의 관심사가 궁금하다.

=인문, 사회, 역사 등 다큐멘터리 PD가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나는 ‘사람’이 그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편적인 감성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사람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를 탐구하며 공부할 계획이다.

● Review_ <안녕, 나의 소녀시절이여>는 히말라야 해발 4300m 산골 마을에 사는 소녀 쏘남 왕모 스칼닷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발의 여정’이라 불리는 ‘패드 야트라’ 순례길에 최연소 승려로 참여한 그가 고된 순례 여정 중 자신의 소녀 시절을 반추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히말라야 자연의 초현실적 아름다움과 산골 마을 사람들의 순수한 모습이 눈과 마음을 정화하는 가운데, 꿈 많은 소녀가 현실의 벽을 절감하고 자신의 나아갈 길을 초연하게 결심하는 모습이 마치 한편의 성장 동화처럼 펼쳐진다.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넓은 길을 걷든, 좁은 길을 걷든, 살아 있는 날들은 순례”라는 소녀의 내레이션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 추천평_ 박평식 풍경 뒤 소녀 ★★☆ / 이화정 출가의 뒤, 한 소녀가 짊어진 성장의 순례길 ★★★ / 장영엽 인생을 닮은 순례, 순례를 닮은 인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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