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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 신비의 언어 시크릴어
임수연 2019-03-13

“언어 전수자가 적으면 불화가 잦다. 하지만 그 언어 덕분에 결국에는 화해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멕시코 고대 토착 언어 시크릴어를 연구하기 위해 언어학자 마르틴(페르난도 알바레스 레베일)이 산이시드로 마을을 찾았다.시크릴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단 두명이 생존한 상황. 산이시드로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받고 스페인어를 쓰며 살아온 에바리스토(엘리히로 멜렌데스), 그리고 50년도 더 전에 마을에서 쫓겨나 은둔자로 지낸 이사우로(호세 마누엘 폰셀리스)다. 두 사람은 한 때 가까운 사이였지만 한 여자를 두고 갈등하다 멀어졌고 교류 없이 살았다. 연구를 위해 그들의 대화를 녹음해야 하는 마르틴은 두 노인을 만나게 할 방안을 찾기 위해 에바리스토의 손녀 루비아(파티마 몰리나)에게 접촉한다. 그리고 마르틴은 에바리스토와 이사우로 사이에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된다.

시크릴어는 영화를 위해 만든 가상의 언어다. 태초에 여자는 새였고, 땅을 걷는 최초의 남자에게 밀림 속 만물의 공용어인 시크릴어를 가르쳐줬다는 설화를 갖고 있다. 이러한 시크릴어의 특성이 새소리로 대표되는 사운드나 몽환적인 숲의 이미지를 통해 시적으로 영화에 묘사되는데, 이를 통해 점멸하는 기억을 은유하는 것이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의 주된 줄기다. 현재와 과거의 플래시백도 언어와 사랑의 성쇠를 그리는 데 적절한 문턱이 된다. 다만 마르틴과 루비아의 로맨스가 극에 잘 녹아들지 않고,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수록 캐릭터가 얇아지는 것은 아쉽다. 연출을 맡은 에르네스토 콘트레라스와 각본을 쓴 카를로스 콘트레라스는 형제이며,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는 제33회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섹션 관객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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