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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조민경 - 처음이라서 가능했을 연기
김소미 사진 오계옥 2019-02-14

<이월>의 돈 없는 고시생 민경에겐 출구가 없다. 아버지는 폭행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고, 그나마 있는 월세집은 보증금마저 날아간 상태다. 이 상황에서 돈 몇푼이나 더 얻어내기 위해 애쓰는 젊은 여성의 모습은 쉽사리 관객의 동정과 연민을 이끌어낼 법하지만 <이월>의 민경은 다르다. “미치면 안 아파”라고 읊조리는 그녀는 불쌍하기보다 이상한 쪽에 가깝고, 닳을 대로 닳았다 싶으면서도 때로는 천진해 보인다. 김중현 감독이 만연한 가난의 세계에 낯선 감각을 부여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 조민경이라는 새로운 얼굴의 힘이 컸다. 김 감독은 캐스팅 시기에 출강 중이던 서울예대 강의실에서 조민경 배우를 처음 만났다. 졸업 작품에 합류하지 못해 고심하던 배우가 느닷없이 장편영화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경우다. 난생처음 카메라 앞에서 한 연기치고는 혹독한 작품이 아닌가 싶지만, 조민경은 <이월>엔 “두번 다시 경험하지 못할 것이 여럿 담겨 있다”며 데뷔작에 느끼는 소중함을 되새겼다.

-<이월>이 배우 경력을 통틀어 첫 작품이라고 들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처음이기에 가능한 얼굴도 있었다. 감독님도 아직은 방법을 잘 몰라서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았기에 좋은 모습이 나왔다고 해주셨다.

-자신의 어떤 점이 민경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느꼈나.

=사람마다 조금씩 비대칭이고, 각도에 따라 다 다르게 보이지 않나. 감독님은 내가 어느 방향에서 보는지에 따라 굉장히 다중적으로 보이는 게 장점이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부터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가끔 내 눈을 아주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야기하셔서 부담스러웠다. (웃음) 민경이 살아온 환경에 걸맞게 약간 사나워 보이는 눈이라서 더 좋다고 하셨다.

-첫 영화이니 배우로서 자기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게 신기하기도 했겠다.

=맞다. 가편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부터 편집실에 자주 갔다. 처음 보는 내 얼굴을 360도로 보니까 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편집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가 얼마나 편집점을 잘 못 맞췄는지도 알게 됐다. (웃음) 영화 연기에서 무엇을 더 신경 써야 하는지 배우는 과정이었다.

-한밤중에 민경이 웅덩이에 빠지는 장면이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장면이었을 것 같다.

=크랭크업 직전, 가장 마지막에 찍었다. 마치 모두가 그 신을 위해서 달려온 것처럼 느껴지는 새벽이었다. 사실 딱 한번 찍은 건데 지금은 한번만 더 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허겁지겁 도망가다가 웅덩이에 빠질 줄 모르고 뒤쪽으로 넘어지는 설정이었다. 웅덩이 앞에 감독님이 서 계시고 나는 떨어지기 직전까지 달리는 과정을 리허설했다. 진짜로 물속에 빠졌을 땐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더라. 그전까지 민경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느낀 거라면 웅덩이에 빠진 순간만큼은 신체적으로 민경의 상황을 그대로 겪는 셈이었다.

-불쑥 튀어나오는 생존 본능이 있는 인물이다. 마냥 호감을 사는 주인공은 아니라는 점에서 인물의 심리를 해석하는 데 애를 먹었겠다. 이를테면 함께 사는 남자 진규(이주원)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그의 어린 아들 성훈(박시완)을 두고 도망쳐버린다.

=어떤 분은 <이월>의 민경을 조금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나 역시 촬영 때는 오히려 조금 거리를 두고 민경을 바라보려고 했다. 그 편이 더 정확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촬영한 지 1년쯤 지나서 문득문득 민경의 마음이 느껴지더라. 진규의 아들을 두고 가버리는 행동은 내게도 가장 어려운 지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민경이 생존의 문턱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그런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하게 됐다.

-서울예대 연기과를 나왔는데 언제부터 배우를 꿈꿨나.

=학교에 늦게 들어간 편이다. 원래 피아노를 하다가 호텔경영으로 진로를 바꿨고, 대학 졸업 후에 다시 연기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배우의 일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감정적으로 잘 흔들리고 우유부단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연기만큼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는 확신이 있다.

영화 2018 <환불>(단편) 2017 <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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