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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기획③] 임명균 CJ ENM 한국영화사업부장 - 배우 풀을 확대하고, 신인 발굴에 나서야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9-01-23

임명균 CJ ENM 한국영화사업부장을 만나기로 한 지난 1월 11일, 이른 아침부터 기사 하나가 주식시장을 잠깐 뒤흔들었다. CJ ENM이 덱스터를 인수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해 ‘쌍천만’을 기록한 덱스터의 주식이 덩달아 급등했다는 기사도 줄을 이었다.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공시가 발표돼 명백한 오보로 밝혀지기까지 얼마 안 걸렸지만, 신생 투자·배급사 관련 뉴스가 화제가 된 최근의 영화산업에서 CJ ENM이 여전히 ‘핫’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임명균 한국영화사업부장을 만나 CJ ENM의 덱스터 인수설부터 확인했다. 전략기획팀(2008~2013년)과 해외사업본부장(2013~2018년)을 거친 뒤 지난해 현재의 보직으로 발령받은 그다. 그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올해 CJ의 각오를 전했다.

-CJ ENM의 덱스터 인수 관련 기사는 사실인가.

=공시했으니 그외의 내용은 얘기할 수 없다(CJ ENM은 “덱스터 인수를 추진 중은 아니다. 드라마·영화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 및 전략적 합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편집자).

-지난해 3월, 해외사업본부장에서 한국영화사업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해외 사업을 했던 경험이 한국영화 사업을 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영화의 원천 콘텐츠(IP)를 가지고 현지 영화인들과 함께 일한 것은 우리 IP가 해당 시장에서 새롭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해외 사업을 하면서 결국은 한국영화의 크리에이티브한 면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골든슬럼버> <궁합> <그것만이 내 세상> <7년의 밤> <탐정: 리턴즈> <공작> <PMC: 더 벙커> 등 지난해 CJ 라인업에 대한 내부 평가는 어떤가.

=내실을 다졌던 해라고 평가한다. 2017년 12월 말에 개봉한 <1987>을 포함해 2018년에 <공작> <국가부도의 날> <그것만이 내 세상> <탐정: 리턴즈> 등 여러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CJ가 내놓은 <PMC: 더 벙커>뿐만 아니라 타사의 <마약왕> <스윙키즈> 등 한국영화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한정된 공간에서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시각적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구현하려고 도전했지만 스토리를 좀더 탄탄하게 구축하지 못한 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회사 영화들까지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마약왕> <스윙키즈> <PMC: 더 벙커> 3편이 나란히 선전하지 못한 건 관객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관객의 눈높이나 취향이 예년과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나.

=관객의 눈높이를 정하는 기준을 특정할 수 없지만 그간 접하지 못했던 소재나 캐릭터를 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확실히 강하고, 선호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 점에서 지난해 11월 비수기 때 흥행한 <완벽한 타인>을 흥미롭게 지켜봤을 것 같다.

=가족이나 친구 관계를 비틀고, 휴대폰이라는 소재가 현실감 있다는 점에서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 그건 어디까지나 연출과 배우의 재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새로운 시도가 관객에게 낯설지 않게 다가갔고, 관객의 취향이 변화하고 있음을 입증해 보인 것 같다.

-<물괴> <안시성> <협상> <명당> 등 한국영화 4편이 맞붙어 모두 웃지 못한 지난해 추석 시장에 이어 연달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단순한 공급 과잉 문제만은 아닌 듯한데.

=지난해 추석 시장의 경우, 시장이 한정된 상황에서 무려 4편의 한국영화가 뛰어들었다. 모두 자신이 상대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과신했던 것 같다. 경쟁력을 갖춘 영화들이 맞붙었을 때 시장의 사이즈가 커지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반면, 크리스마스 시장은 단순한 공급 과잉 문제는 아니고 관객을 끌어모으는 데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 제작한 공포영화 <드레드 아웃>이 개봉 첫날 8만명을 기록하며 오프닝 신기록을 달성한 것으로 안다. 해외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글로벌 스튜디오를 지향하는 회사인 만큼 해외 사업은 눈 굴러가듯 잘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 시장에서는 <숨바꼭질>을 리메이크한 영화 <하이드 앤드 식>(감독 데이비드 무어)과 영화 <노, 노, 노, 예스>(가제, 감독 드레이크 도리머스)가 촬영을 끝냈다. 10편 이상의 영화들이 기획·개발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타이 등 동남아시아 시장의 경우, 좋은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해 그들과 협업하여 로컬영화를 제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시장을 더 성장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넷플릭스 같은 OTT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안착하면서 관객이 영화를 보기 위해 더이상 극장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결국 CJ는 콘텐츠의 본질에 집중하고,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좋은 IP를 확보하고, 실력 있는 크리에이터와 좋은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IP를 확장해야 하는 것도 그래서다. 현재 드라마 부문과 많은 IP 기획·개발을 조율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한다. 드라마 부문이 영화 부문의 IP를 가지고 드라마로 만들고 싶어 하고, 영화 부문이 드라마 IP를 가지고 영화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게 있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제가 시행되면서 순제작비가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상승했다는 얘기가 충무로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영화산업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노동 처우 개선과 안정적인 근로 환경 구축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다만 제작비 증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거나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신생 투자·배급사들이 영화산업에 뛰어들면서 라인업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는데.

=좋은 콘텐츠들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 또한 오랫동안 구축해온 네트워크 풀이 있고, 콘텐츠에 맞는 감독, 제작자를 매칭하는 게 중요하다.

-배급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처럼 경쟁사보다 유리한 계약 내용을 제시할 생각은 없나.

=경쟁사의 계약 내용을 주시해야 할 필요는 있다. 다만 배급 수수료 절감이 산업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요즘 배우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CJ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배우 풀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고, 신인 발굴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올해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을 포함해 <사바하> <엑시트> <클로젯> <귀수> <걸캅스>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제) 등 다양한 장르영화를 내놓을 계획인데.

=대작보다는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를 준비했다. 감독도 거장부터 신인까지 다양하다. 특히 봉준호 감독과 일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1월 개봉하는 <극한직업>은 재미를 보장하는 코미디영화고, 재난영화인 <엑시트>와 공포영화인 <클로젯>도 있다. <신의 한수>의 프리퀄 격인 <귀수>와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영화화한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제)는 IP의 확장성을 시도한 작품이다. 그 점에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라인업이라고 자부한다.

● 타사 라인업 중 가장 기대작은?_김용훈 감독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을 꼽고 싶다. CJ엔터테인먼트 출신인 그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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