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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플라워 문> 연속살해사건과 비극적 역사
이다혜 2018-10-15

<플라워 문> 데이비드 그랜 지음 / 프시케의숲 펴냄

4월에 온 땅을 뒤덮은 작은 꽃들의 목이 부러지고 꽃잎들이 떨어져 땅속에 묻힌다는 의미에서, 북미 원주민인 오세이지족은 5월을 ‘꽃을 죽이는 달’(killing-flower moon)이라고 불렀다.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이 표현은 오세이지족과 그들의 문화를 상징한다. 오세이지족이 누구인지 몰라도, 미국 땅을 빼앗긴 북미 원주민의 슬픈 역사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으리라. 결론부터 말하면 오세이지족의 수난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 미국 정부가 그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며 억지로 쥐어준 오클라호마의 땅에서 석유가 나왔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그린의 논픽션 <플라워 문>은 1921년부터 벌어진 오세이지족 연속살해사건을 다룬다.

1921년 5월 24일 오세이지족 정착지 그레이호스의 주민 몰리 버크하트는 동생 애나 브라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걱정한다. 몰리의 남편 어니스트의 남동생과 같이 있는 게 애나의 마지막 생존 목격이었다. 같은 시기 사라진 오세이지족 남성이 있었는데, 애나와 그 모두가 각기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리고 사람이 계속 죽어나간다. 자매의 어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데 독살이 의심됐다. 진상파악을 돕겠다던 지역의 백만장자 백인도 살해당한다. 몰리의 동생 리타 부부는 집이 폭파되어 사망했다. 리타의 남편이 죽기 직전 병실에서 뭔가를 들은 사람들도 살해당했다. 몰리는 가족의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사건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백만장자 오세이지족’들이 연달아 죽었기 때문이다. 땅에서 석유가 나오자 백인 재벌들부터 범죄자들까지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언론은 지능이 낮고 돈 쓰는 법밖에 모른다는 식으로 오세이지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기사만 썼다. 오세이지족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싸우고 때로 양보했지만, 양보는 결국 더 많은 고통으로 돌아왔다. 오세이지족은 지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간주되어, 거의 백인이었던 ‘후견인’의 허락이 없으면 자기 돈을 한푼도 쓸 수 없었다. 후견인 제도를 부유하고 세력 있는 백인들은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사용했다. 오세이지족과 거래하는 모든 사람은 그들을 악랄하게 벗겨먹었다. <플라워 문>은 문명의 탈을 쓴 야만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수많은 오세이지족이 수수께끼 같은 이유로 죽었다. 남성이 죽는 흔한 방식은 그가 알코올 중독이었다. 그를 술에 취하게 한 다음 의사를 불러 술에 취했다는 진단을 받은 뒤, 엄청난 양의 모르핀을 주사해 살해한다. 의사의 사망증명서에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적힌다. 여성들은 소모성 질환이나 원인 불명의 병에 시달린다. 누군가가 꾸준히 독을 먹인 결과인데, 백인 남편이나 기존 의료진으로부터 환자를 떼어놓으면 건강이 좋아진다. 대다수는 그 과정에서 사망했다.

흑막의 주인공은 1장 초반부터 짐작 가능하지만 이 소설의 중요한 포인트는 범인이 누군지 맞히는 데만 있지 않다. 차별적 생각으로 뭉친 주류 사회가 소집단을 착취하고 그들의 살해를 실행하고 추가 살해를 통해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고자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를 ‘역사’를 통해 보여준다. 오세이지족이 연방정부에 수사를 요구하면 수사비까지 내줘야 했다. 진실을 알아오는 사람들은 없었고, 의사고 보안관이고 오클라호마에 믿을 만한 백인은 없었다. 있었다면 벌써 살해당했다. 이 사건이 전기를 맞는 것은 FBI를 48년이나 장악했던 J. 에드거 후버가 톰 화이트 특수요원을 오세이지족 연속살해사건에 투입하면서다. 책의 1부는 연속된 죽음을, 2부는 이 현대적인 수사관들의 범죄 해결을 다루고, 3부에 작가 자신의 추리를 더하고 다른 죽음들을 고발한다. 젊었던 후버와 사건 마무리까지 정의를 위해 노력한 화이트의 이야기는, 왜 사건에 밀접한 사람들을 수사에서 배제해야 하는지(이 경우에는 오클라호마 전체였다) 알려준다. <플라워 문>은 미국의 흑역사를 다룬다. 또한, 놀랍지 않게도 백인 영웅담이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 연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화가 진행 중인데, 책을 읽으면 디카프리오가 어떤 역할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떠올리게 하는 광란을 목도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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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살해사건과 비극적 역사 <플라워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