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승수(류승수)는 여자 프리다이버에 대한 시나리오 작업을 구상 중이다. 이 시나리오를 구상하게 된 큰 이유는 연인이자 시나리오를 같이 쓰는 희진(최여진)이 프리다이빙을 하기 때문이다. 승수는 필리핀 보홀로 가서 프리다이빙을 직접 배우며 시나리오를 완성하고자 한다. 그런데 보홀에서 프리다이빙 강사 시언(정채율)을 만나게 되고 그녀가 희진과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희진과 시언 사이에는 어떠한 비밀이 있으며, 희진이 승수와 함께 보홀로 온 이유도 시나리오 작업만을 위해서는 아니었다는 것도 밝혀진다.
스쿠버다이빙과 달리 오직 줄에 의지해서 아래로 내려가는 프리다이빙을 소재로 하고 있다. 희진과 시언, 승수 등 여러 인물들이 애정과 증오 관계로 얽혀 있으며, 어떤 인물은 계략을 꾸미고 있는, 스릴러의 요소가 있는 영화다. 계략을 꾸미는 여자가 남자를 함정으로 끌어들이는 오슨 웰스의 <상하이에서 온 여인>(1947)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상하이에서 온 여인>과 달리 결말 이전까지 스릴러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사실 회상을 통해 인물들의 과거를 알려주는 것 이외에 이렇다 할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대신 바다와 바다를 헤엄치는 프리다이버 같은 볼거리를 제공하거나 인물들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인물들은 심오하며 비유적인 대사를 주고받지만, 그 대사들이 상황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