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업체 사장 성철(최무성)은 아들이 목숨을 걸고 구한 기현(성유빈)이 괴롭힘 당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다. 고아나 다름없이 지내며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던 기현이 마음에 쓰인 성철은 소년에게 생계를 위한 도배 기술을 가르친다. 아들 대신 살아남은 아이 기현이 불편하던 미숙(김여진)도 닫힌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에 대한 기현의 고백, 그리고 이와 다른 아들 친구들의 증언으로 잠정적이던 평온은 깨진다. 아들의 죽음이 의로운 것이 아니었다면 그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렇게 세 인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강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살아남은 아이>는 신동석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자 부산국제영화제 국제평론가협회상,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장편상, 우디네극동영화제 화이트 멀베리상 수상 등 경력도 화려하다. 묵묵히 현실을 감내하는 인물을 건조하게 따라간다는 점에서 다르덴 형제의 <아들>(2002)을, 살아남은 자의 삶의 윤리를 탐문한다는 점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걸어도 걸어도>(2008)를 연상시킨다. 전반부가 기현과 한가족처럼 지내며 상실감을 극복하는 부부를 중심으로 따라간다면 후반부는 아들 은찬의 죽음의 진위를 둘러싸고 증폭된 균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영화는 진실을 규명하는 데엔 정작 관심이 없으며, 그보다 상황 속 인물의 감정에 깊이 공명하는 데 공을 들인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며 “미세한 무게의 추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일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쳤다. <살아남은 아이>는 올해 우리가 발견하게 될 독립영화의 중요한 성과다. 카메라는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하는 이들을 밀착해 따라가지만, 너무 깊게 개입해 앙상한 내면을 헤집는 데까진 이르지 않는다. 공감하되 판단하지 않는 절묘한 거리 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