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마(에일리 하보)는 강의실, 도서관, 수영장, 집을 오가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대학생이다. 의사 아버지와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에게선 매일같이 안부 전화가 걸려온다. 고지식한 기독교 집안의 딸로서 착실하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려던 델마는 어느 날 밝고 건강한 아냐(카야 윌킨스)를 만난 뒤 발작을 하기 시작한다. 아냐와 가까워질수록 델마에겐 이상한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난다.
병원에선 델마의 발작이 심인성 비뇌전증 발작과 유사해 보인다고 말한다. 더불어 델마의 기억에서 삭제된 어린 시절의 병력도 알려준다. 델마가 혼란에 빠진 사이 아냐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일이 벌어진다. 공포에 휩싸인 델마는 부모의 집으로 향하고 부모는 델마의 초자연적 능력이 다시 깨어날까 조심스럽다. 그것은 마음먹은 대로 특정 존재를 사라져버리게 하는 능력이다.
“오슬로를 배경으로 하는 마녀 이야기”를 해볼 요량으로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델마>를 시작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고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인간은 공포를 느낀다. 델마의 능력이 공포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 초자연적 힘의 기저엔 심리적 억압이 있다. 영화의 오프닝, 어린 델마를 향해 총구를 겨눴던 아버지의 상황이 이해될 즈음 영화는 미스터리의 무드를 공포로 전환한다. 자연의 요동을 동반하는 초자연적 현상들도 영화에 스릴을 부여한다. 북유럽의 고요하고 정돈된 풍경 또한 영화를 서늘하게 만든다. <라우더 댄 밤즈>(2015), <오슬로, 8월 31일>(2011) 등을 만든 노르웨이 출신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