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젊은 교수 조나가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종군 사진 작가였던 어머니의 3주기 기념 전시를 위해 그녀의 자료들을 정리하는 조나. 그는 어머니가 떠난 뒤 사이가 서먹해진 아버지와 동생의 사이에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 어머니의 오랜 파트너였던 리처드는 어머니의 사고에 대한 비밀을 기사화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반대하던 조나는 또다른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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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감독과 대세 스타, 그리고 명품 배우의 만남
제 68 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제 68 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인 <라우더 댄 밤즈>는 천재 감독과 대세 스타, 그리고 명품 배우의 만남으로 일찍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노르웨이 출신으로 세 번째 장편인 <라우더 댄 밤즈>를 통해 모든 감독들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입성했다. ‘칸의 총아’로 통하는 ‘자비에 돌란’이 네 번째 작품으로 경쟁에 진출한 것을 고려한다면 굉장한 기록임을 알 수 있다.
북유럽의 정서가 느껴지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감각적이고도 차가운 스타일은 <리프라이즈>와 <오슬로, 8 월 31 일> 등 전작들을 통해 화제가 됐고 그는 북유럽을 넘어 미국으로 진출한다. 그리고 노르웨이 출신 감독이 미국에서 촬영하는 특별한 프로젝트에 합류한 행운아가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 ‘소셜 네트워크’로 가능성을 입증하고 코믹한 캐릭터부터 진지한 역할까지 출연작마다 변신을 거듭해 온 제시 아이젠버그는 <라우더 댄 밤즈>에서 언제나 사려 깊은 듯 보이는 젊은 교수 ‘조나’ 역을 맡았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믿은 상대의 진실을 알게 된 인물의 연약함을 아주 섬세한 감정 연기로 표현한 제시 아이젠버그는 기존과는 또다른 이미지로 배우로서의 재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그리고 한 번도 관객들을 실망시킨 적 없는 최고의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는 사건의 중심이자 진실을 간직한 어머니 ‘이사벨’ 역을 맡아 특유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짧은 비중이지만 그녀이기에 가능했던 차가운 카리스마는 <라우더 댄 밤즈>만의 독특한 결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올해의 포스터부터 올해의 영화까지,
아주 특별한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
종군 사진 작가였던 어머니의 전시를 앞두고, 집으로 돌아온 아들 ‘조나’가 남겨진 아버지, 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다시 떠올리며 시작되는 상실과 이해에 대한 드라마 <라우더 댄 밤즈>는 영화의 스타일 만큼이나 독특한 포스터로 칸영화제 프리미어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영화 속 치어리딩 장면을 순간 포착해낸 해외 포스터는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가는 찰나의 진실들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유명 영화 매체들이 앞다투어 올해의 포스터로 꼽기도 했던 이 포스터는 국내 개봉에 맞춰 티저 포스터로 공개돼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라우더 댄 밤즈>는 여러 매체가 꼽은 올해의 영화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리며 ‘상실과 이해에 대한 아주 섬세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렇듯 한 해 동안 아주 특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라우더 댄 밤즈>는 많은 기다림 끝에 드디어 국내 개봉을 통해 관객들과 그 여운을 나눌 예정이다.
ABOUT MOVIE
폭탄보다 격렬한 슬픔의 깊이
섬세한 파장을 일으키는 감성 드라마
종군 사진 작가로 전장을 누비며 활동하던 ‘이사벨’이 은퇴 후 갑작스러운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녀의 느닷없는 죽음 뒤에 남겨진 세 남자가 사망 3 주기 전시를 앞두고 모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머니를 누구보다 존경하고 사랑했던 맏이 ‘조나’는 슬픔을 이겨낸 듯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는 어머니가 자살을 택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부인하고 싶어하는 연약한 인물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어머니에게 사실은 외도 상대가 있었으며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진실 앞에서 그는 한없이 무너진다.
부인을 사랑했지만 이해를 할 수는 없었던 남편 ‘진 ‘은 아내가 왜 자살을 택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아내가 자신의 일을 위해 가족을 버리고 떠난 이기적인 여자라고 여겼던 그는 부인의 작업 파트너와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녀의 고민을 처음으로 들여다 보게 된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사춘기에 접어둔 막내 ‘콘래드’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언뜻 방황기 가득한 사춘기 소년처럼 보이는 콘래드, 하지만 그는 주변의 선입견과는 달리 아버지나 형보다 더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간다.
영화는 남겨진 세 남자의 시선을 통해 ‘상실’의 슬픔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한다. ‘폭탄보다 거대한(louder than bombs)’이라는 역설적인 제목은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각자의 슬픔의 무게를 뜻하고, 어머니라는 소중한 존재의 상실을 겪은 후, 각 인물이 감당했을 슬픔, 그리고 진실을 알고 난 후의 감당 못할 아픔은 아주 섬세한 파장으로 드러난다. 오롯이 그 고통을 견딘 후의 이야기가 하나로 더해진 것이 <라우더 댄 밤즈>라는 영화이다.
ABOUT MOVIE
스크린을 압도하는 배우들의 아우라
말하지 않은 감정들을 배려하는 연기의 경지
<라우더 댄 밤즈>가 담아낸 섬세한 파장의 감정들은 모두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생명력을 갖는다. 노르웨이 출신 감독과 헐리우드 대세 스타,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그리고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인까지, 배경도 성격도 다른 감독과 배우들의 만남이었지만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충분한 해석은 완벽한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감독은 배우들에 대한 신뢰감을 여러 인터뷰를 통해 드러냈는데, 주인공 ‘조나’ 역을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에 대해, “명징하고 무척 재미있는 배우로, 그가 기존에 맡았던 역할들과는 다른 조나 역할에 도전해 연약한 면모를 보여줬다는 게 기뻤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대배우인 이자벨 위페르를 두고, “몇 년 전 스톡홀름 영화제에서 처음 만났는데 이후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고 어머니 역할을 제안했을 때 흔쾌히 승낙해줘 너무 기뻤다”고 전했다. 또한 “영화 속 어머니는 스크린 속에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위페르의 존재감 덕분에 언제나 이야기 속에 드리워질 수 있었다”며 “이렇게 신비롭고 흥미로운 어머니 역할에 또 다른 배우는 떠올릴 수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스토리를 살려내는 감각적인 스타일
복합적인 시점과 소설 같은 구조, 판타지적 장면들
< 라우더 댄 밤즈>는 복합적인 시점에서 전개되는 영화이다. 마치 고전 ‘라쇼몽’을 연상시키는 구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어느 한 인물의 심경에 빠져들지 않고 전체를 바라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가족이라는 집단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했다’는 감독은 슬픔이란 감정이 각자의 경험과 위치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구성을 택했다고 설명한다. 처음부터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등장인물 각자의 이야기가 점진적으로 모여 확장되기를 바랐던 감독은 보통 영화에서보다는 소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복합 시점과 함께 인물별 나레이션과 회상, 그리고 상상 장면까지 다양한 방식의 스토리 텔링 방식을 택했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돋보이는 <라우더 댄 밤즈>는 덕분에 단순하고 뻔한 가족 화해 드라마가 아니라 보다 섬세하게 내면의 감정들을 파고들고 인물간의 관계, 그리고 가족이라는 집단이 가지는 특수한 상황들을 짚어낸다.
INTERVIEW with DIRECTOR
Q,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다.
해외에서 종군 사진작가로 일하는 어머니의 야망과 경험에 대비된 가족의 작고도 옅은 고통의 무게를 드러내는 제목을 찾으려 했다.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의 정도에 관심이 많다. 물론 밴드 ‘더 스미스’가 미국에 처음으로 나서면서 곡들을 모아서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냈던 첫 미국 앨범의 제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쟁이나 더 스미스와는 연관이 없다. 더 스미스도 미국 시인인 엘리자베스 스마트의 책 ‘그랜드 센트럴 역에 앉아 울었네’라는 책에서 제목을 차용한 거였다.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면서 이 구절이 미국에 기원을 두었다는 게 좋았다.
Q,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첫 영화인 <리프라이즈>를 끝낸 뒤 미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영어로 된 대본을 수없이 읽기 시작했고 여러 제안을 받기도 했다. 미국 영화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지만 영화적으로 나의 관심사와 흥미를 표현할 만한 작품을 찾을 수 없었다. 각본가 에스킬 보그트와 여러 아이디어를 나눴고 다른 각본을 받는 것보다 스스로 창작하는 게 더 나을 거라 생각했다. 나의 모국어는 오로지 5 백만 명만 사용하는 언어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결심했을 때 런던의 영화 학교에 가는 게 옳다고 생각했고, 영어로 만든 단편 영화 세 편으로 상을 받았다. 에스킬과 나는 언제나 전 세계 관객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리프라이즈>와 <오슬로, 8 월 31 일>이 다양한 국가에서 좋게 받아들여져서 기뻤다. 또 영화를 흥미롭고 보편적으로 만드는 건 문화적 특수성이라는 역설을 발견할 수 있어 기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라우더 댄 밤즈>를 제작하기 전에 미국의 환경과 인물에 관해 폭넓게 조사했다. 영화감독은 모국어에 한정되기보다 자신만의 영화 언어로 이야기를 창조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영어로 영화를 제작하면서 훌륭한 세계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었는데, 오래 전부터 꿈꿔 왔던 일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광이었던 나는 세계적인 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청년이 되어서는 오슬로 시네마테크에 가서 하루 저녁에 프랑스 감독 루이 말의 작품을 보고, 일본 감독 오즈의 작품을 보고, 미국 감독 시드니 루멧 작품을 봤다. 나에게 영화는 언제나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통로였다.
Q, 미국에서 일하는 건 어땠나?
뉴욕에서 촬영을 진행하면서 당연히 노르웨이에서보다 훨씬 대규모의 제작진과 함께 작업했다. 하지만 언제나 감독의 임무는 이야기와 배우에게 맞는 작업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고, 작업 과정은 예전 작품들처럼 똑같이 접근했다. 제대로 리허설 할 시간이 충분했고, 이전 영화에서 형성됐던 동료 간의 신뢰를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이건 어떤 일에서든 필수적인 부분이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가까운 동료인 촬영감독 제이콥
이레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평소에 하던 것과 똑같지 않아? 별다를 게 없지?” 언제나 주요 과제는 다르지 않다. 위험을 감수하고, 순간에 몰입하고, 배우들이 정석만을 따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Q, 이번 작품은 처음으로 다양한 배우 앙상블을 이끌고 촬영한 작품이기도 한데,
모두 명망 높고 숙련된 배우들이었다. 겁이 나지는 않았나?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언제나 일정 단계가 되면 겁이 나기 마련이다. 배우들이 모두 친절해서 겁 먹지 않을 수 있었다. 자신이 맡은 인물을 진지하게 고민해줬고,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에 전념해줘서 더 바랄 게 없었다.
가브리엘 번의 진
진은 현대적 아버지 상이다. 현대적이라는 말은 적어도 전형적 가부장과는 다르다는 뜻이며 집안에서 감정적인 부분에 책임감을 느낀다.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려고 배우 일을 그만두고 교사가 된다. 진은 가족을 한데 모으려고 노력하지만 컴퓨터 게임과 온라인에 심취한 15 살 난 아들 콘래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부자 관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코미디적 재미를 자아내기도 하는데, 진이 아들을 만나려고 아바타를 만들어서 온라인 게임을 시도하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도달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진은 어딘지 따스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다. 진의 강점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능력이지만 정작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서 헤매고,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쉽사리 답을 내리지 못한다. 가브리엘 번이 지닌 특유의 지능과 따스함은 진이라는 인물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진부한 아버지, 아들이 자신을 증명하려고 애쓰는 권위주의적 아버지 상이 얼마나 지겨운지 대화를 나눴다. 진은 감정적인 책임감이 강한 독특한 면모를 지닌 아버지로, 가브리엘이 캐릭터에 진실함과 유머를 불어넣어줬다. 가브리엘은 영화 속 주제에 잘 부합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줄 알았다.
제시 아이젠버그의 조나
조나는 약간 열정이 지나친 사람이고, 다른 누구보다 자신이 어머니와 가까웠다고 느낀다. 여러 측면에서 조나의 이야기는 유예된 슬픔을 다루며, 갓 아버지가 된 젊고 야심 찬 학자가 어머니를 다시 떠올리면서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제시 아이젠버그는 명징하고 무척 재미있는 배우로, 새로운 타입의 캐릭터인 조나 역할에 도전해 연약한 면모를 보여줬다는 게 기뻤다. 제시는 실제로 무척 똑똑하고 창의적인 청년이고, 많은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만 훌륭한 연극 각본가이기도 하다. 제시와 함께 조나라는 역할뿐만 아니라 극작에 대해 논의할 수 있어서 큰 힘이 됐다.
데빈 드루이드의 콘래드
콘래드는 15 살 난 내성적 소년으로 어머니의 사망으로 가장 상실감이 클 것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놀라운 면모를 많이 드러내는 인물이다. 한 사람의 사회적 행동이 내면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콘래드라는 인물을 통해 그 부분을 영화적으로 탐구하고 싶었다. 콘래드는 여자 아이들에게 다가가면서, 또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강한 욕구에 따라 감정과 낭만적인 면모를 예상 밖의 방식으로 드러낸다. <라우더 댄 밤즈>를 준비하면서 콘래드 역의 배우를 찾는 게 가장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데빈 드루이드를 발굴한 건 이 영화의 가장 큰 성취다. 뛰어난 배우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데빈의 훌륭한 재능이 모두에게 알려지기 전에 함께 일할 기회를 얻어서 뿌듯했다.
이자벨 위페르의 사진작가 이자벨 리드
가족에 관한 이야기와 야망에 따르는 대가에 대해 다루고 싶었고, 사진 기자로서 성취한 뛰어나고 위대한 업적과 가족과 함께하고자 하는 피할 수 없는 욕망 사이의 갈등을 말하고 싶었다. 이러한 갈등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만나거나 공부한 여러 전쟁 사진작가를 떠올리며 이자벨 리드라는 인물을 창조했지만, 사진 작가라는 직업 자체를 다룬 이야기는 아니다. 이 이야기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와 가족의 역경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오랫동안 이자벨 위페르의 팬이었고, 몇 년 전 스톡홀름 영화제에서 처음 위페르를 만났다. 그 후로 계속 연락을 해 왔고, 이 영화 속 어머니 역할을 승낙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스크린 속에 많이 등장하는 역할은 아니지만, 위페르의 존재감은 언제나 이야기 속에 드리워져 있다. 이렇게 신비롭고 흥미로운 어머니 역할에 또 다른 배우는 떠올릴 수 없었다.
Q. 이자벨 리드의 작품으로 등장하는 사진은 어떤 작품들인가?
영화의 중심 주제는 아니지만 전쟁 사진에 관해 많은 조사를 했다. <오슬로, 8 월 31 일>에서 주인공은 과거 마약 중독에 빠졌던 인물인데, 이야기는 그의 삶에서 다른 부분을 다룬다. 중독이라는 요소가 그저 배경에 불과했지만, 제대로 조사해서 정확히 표현하고 싶었다. <라우더 댄 밤즈>를 작업하면서도 마찬가지로 전쟁 사진작가로서의 삶이 제대로 표현되길 원했다. 매그넘이나 VII 와 같은 훌륭한 사진 에이전시를 통해 많은 지원을 받았다. 영화 속 이자벨의 사진을 여러 사진작가에게 부탁했고, 그 중에는 내가 존경하는 프랑스 사진가 알렉산드라 불라도 있다. 불라의 사진에서는 깊은 인간애와 더불어 독보적인 사진적 감성이 느껴진다.
Q. 이 영화는 이자벨에 관한 개인적, 집단적 기억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역학 관계와 왜 작품 속에서 유독 기억에 집중하는지 설명해 달라.
나는 기억과 기억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자아와 정체성이 흥미롭고 신비롭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특정한 기억의 과정을 드러내려고 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 모두가 둘러앉아 눈물을 흘리는 슬픈 드라마는 피하고 싶었다. 이 이야기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3 년 뒤부터 시작되고, 비극적 죽음이 불러온 도미노 효과와 그 여파를 겪으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세 남자를 따라간다. 가정 생활을 통해 자기 자신을 직시하게 되고 계속해서 자신을 재고하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왜 형제자매가 부모를 각자 다르게 경험할까? 가끔씩 서로 멀어지고 싶은 욕구를 느끼면서도 어떻게 공동의 언어를 찾을까? 기억에는 절망과 희망이 모두 들어 있다. 슬픔을 겪는 사람들은 고정적이고 불변하는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영화 속에서 드러내려고 한 것처럼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계속 재고하면서 우리는 고정된 생각에서 해방될 수 있다. 둘째
아들인 콘래드가 엄마와 숨바꼭질을 했던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같은 장면을 어머니의 시점으로 바라보고, 아이가 어디 숨었는지 뻔히 알면서도 어머니도 그 놀이를 하고 싶어 했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가 스스로 구축한 자신의 역사를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언제나 해방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가끔씩 감상에 빠지는 <라우더 댄 밤즈>가 궁극적으로는 낙관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Q. 서사 대부분이 직선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데,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요즘은 많은 인물 중심 드라마가 TV 로 옮겨 갔다. 나는 여전히 영화관만이 제공하는 특수함이 있다고 강력하게 믿는 사람이다. 영화관은 인간적 이야기를 숙고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영화관에서 보는 클로즈업은 그 무엇과도 다르다. 다른 예술 형식에서는 볼 수 없는 친밀한 인간적 경험이다. 살면서 그렇게 사람의 얼굴을 크게 볼 일이 어디 있는가? 나는 다각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창조하려고 노력하고, 관객들이 등장인물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기를 바란다. 소설에서도 한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시간을 오가며 여러 인물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일이 흔하다. 영화에서 이런 형식이 독특하게 여겨진다는 게 의아하다. 영화감독으로서 작업 환경의 규모가 더 커질수록, 서사 구조를 실험하면서 재미를 추구하는 일을 잊지 않아야 한다. 몸집이 커진 영화를 나와 멀어지게 하면 안 된다. 이야기꾼으로서 자신의 관점을 통해서만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예산이 얼마인지, 촬영장에 얼마나 큰 트레일러를 가져다 둘 수 있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