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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 최민호 -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나?
임수연 사진 최성열 2018-07-10

매사에 성실한 사람에게는 종종 ‘재미는 없다’는 편견이 붙기 마련이다. 하지만 열정과 승부욕으로 유명한 최민호는 재미도 있다. 샤이니 데뷔 때부터 랩메이킹을 해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왜 그동안 티를 안 냈느냐”고 묻자 그는 “유세 떠는 것 같아서”라는 겸손한데 흥미로운 대답을 했다. 또한 편안한 표정으로 내내 상대와 눈을 맞추며 모든 질문에 꼼꼼하게 답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최민호의 새로운 얼굴은 물론 기존 매력과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인랑>으로 돌아온 배우 최민호를 만났다.

-<달콤한 인생>(2005)을 수십번 볼 만큼 김지운 감독님의 열렬한 팬이라 <인랑> 오디션이라도 보고 싶다고 먼저 말했다고.

=캐스팅보드에 올라갔다는 소식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미팅 연락을 해오셨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이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나갔는데, 바로 같이 하자고 하시더라. 너무 좋아서 미소를 숨기기 힘들었다. (웃음) 알고 보니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쓸 때 내가 TV에 나오는 모습을 떠올리며 투영해서 만든 부분이 있는데, 캐스팅보드에 내가 있어서 놀라셨다고 했다. 정말 팬이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라고 하니까 “나도 영광이고, 우리는 프렌드십을 갖고 작품을 해야 한다. 프로끼리 만났으니 나도 잘 부탁한다”고 해주셨다. 감동받았다.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라 어떻게 인물을 이해하고 만들어나갔는지 궁금하다.

=강동원 선배님이 연기한 임중경도 특기대의 일원이지만, 그에게는 주인공의 트라우마와 감정선이 따로 있다. 김철진은 그를 대신해 특기대의 설정을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대표해서 보여주는 인물이 되어야 했다. 김철진이 특기대고 특기대가 김철진인 거지. 경찰 군인과 같은 조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군인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멘털을 다졌다. 또한 2주에 한번씩 커트를 하며 짧은 머리를 유지하고, 현장에 갈 때마다 마치 훈련하러 가는 듯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실제로 ‘칼군무’로 유명한 그룹 소속이고 승부욕 강한 걸로 유명하지 않나. 김철진이 평소 본인과 닮은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해였다. 명령을 잘 따른다는 건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다. 들키지 않고 많은 것을 숨겨야 한다. 정말 쉬운 캐릭터가 아니었다. 김철진은 특기대에서 10년 이상 군인 생활을 했지만, 그로 인한 편안함을 절대 노출시키려 하지 않는 인물이다. 속내를 절대 들키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의 심리를 분석하는 인물이다.

-<인랑>을 하기 전과 후 가장 바뀐 부분이 있다면.

=김지운 감독님은 집요한 디테일이 있으시고 테이크도 많이 가는데, 그게 정말 좋은 점이라고 생각했다. (테이크 몇번까지 가봤나?) 18번까지. 말투, 호흡, 톤, 심지어 눈의 떨림까지 잡아주시는데 이에 맞춰서 연기를 하면 새로운 게 또 추가된다. 감독님이 나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 같았지만 해냈을 때 쾌감이 엄청났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표정, 말투가 나오는데 “나한테 이런 모습도 있었나?” 하고 놀랐다.

-원래 스타성을 감안하면 좀더 역할의 크기에 욕심을 부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작은 역할에 집중해온 행보를 보면 배우가 갖고 있는 어떤 벽이 보인다.

=사람들이 아이돌 출신에게 갖는 선입견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깨보고 싶다는 마음이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각각의 현장에서 배로 열심히 해야 한다.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남들보다 4배 열심히 해야 하는데?) 4배 이상이라고 본다.

-힘들기로 유명한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기간을 거쳐 한국에서 10년간 아이돌로 활동했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오히려 배우로서 장점이 될 만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활동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강한 멘털을 갖게 됐다. (웃음)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훈련이 되더라. 처음에는 고2 때 데뷔한 것을 후회했는데, 지금은 무조건 일찍 데뷔해서 많은 걸 경험하고 부딪쳐보는 게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정말, 일찍 데뷔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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