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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아랍영화제] 달라진 아랍의 현재를 만난다
김소미 2018-05-16

아랍영화제 포스터.

국내 유일의 아랍권 영화제, 제7회 아랍영화제가 6월 1일부터 6일까지 엿새간 열린다.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이번 영화제는 시리아,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등 아랍 12개국에 만들어진 총 12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올해는 이미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은 기존 감독과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신진 감독의 라인업으로 꾸려졌다. 동시대 아랍영화의 최신 경향을 살펴보는 메인 섹션 ‘아라비안 웨이브’에서는 격변하는 아랍 사회 속 생존의 문제, 개인의 정체성 확립 등 아랍 내부의 이슈를 반영한 영화들이 촘촘하게 포진해 있다. 2016년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황금레일상을 수상한 <바람이 데려다줄 거야>가 대표적이다. <바람이 데려다줄 거야>는 레바논에 사는 시각장애인 라비가 자신이 평생 소지하고 있던 신분증이 가짜임을 알아차리면서 겪는 혼란의 나날들을 그린다.

최근 아랍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사회성 짙은 소재와 투철한 주제 의식에 반해 주류영화 못지않은 대중적인 화법을 갖춘 작품들이 눈에 띈다. 올해 초청된 모로코의 거장 나빌 아우크의 신작 <라지아> 역시 30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섯 인물들의 삶을 하나로 모으는 스토리텔링의 포부가 큰 작품. 이에 맞춰 아틀라스 산맥, 카사블랑카 등 아랍의 다양한 랜드마크를 스크린에 펼쳐내 지난해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세 번째 장편 연출작 <와지브>를 출품한 팔레스타인의 여성감독 안느마리 자시르는 아랍권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 단편영화가 초청돼 이목을 끌었던 감독이다.

이번 영화제는 세계 영화제에서 호평받았지만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랍의 현재를 묵묵히 담아내는 작가영화들의 흐름을 생생히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소중한 기회다. 올해의 특별섹션 ‘포커스 2018: 일어서다, 말하다, 외치다’에서는 여성감독들이 길어올린 여성들의 삶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적 가치와의 충돌 속에서 구체적이고 단단한 목소리를 키워나가는 여성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는 세 영화, <뷰티 앤 더 독스> <튀니지의 샬라> <그녀는 시를 쓴다>가 선정됐다.

이집트 출신의 사진작가 할라 엘쿠시의 영화 데뷔작 <선인장> 또한 거리를 떠도는 세 여성의 우정 서사를 그리며 여성 버디무비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품이다. 신예 감독의 목소리는 <오직 남자들만 무덤으로 간다>에서도 빛난다. 남성들만 무덤에 묻힐 수 있는 이슬람의 장례 관습을 반영한 제목의 영화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밝혀지는 충격적인 비밀을 통해 부조리한 관습과 세대 문제를 이야기한다. 이 밖에도 최근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시리아 사태를 조명한 <마리암과 리나>,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노년의 두 남녀를 담은 <죽음을 떠나는 남자>,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공개된 <자그로스> 등 마음만 먹으면 12편의 상영작을 모두 섭렵할 수 있는 묘미로 즐거운 영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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