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기자회견(사진 한겨레)
영화 <판도라>가 박근혜 정권 시절 모태펀드 투자를 받지 못했다는 정황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5월 8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 기자회견에서 진상조사위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국정원은 <판도라>가 원전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으니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했고, 촬영장을 찾아 영화 내용을 문제삼았다. 청와대는 산업통상자원부에 <판도라> 내용을 지적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정책과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판도라>에 모태펀드를 투자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덕혜옹주> <아가씨>의 경우 허진호, 박찬욱 감독이 각각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모태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한 반면, <사선에서> <연평해전> <인천상륙작전>이 모태펀드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지난해 <씨네21>의 연속 보도를 통해 잘 알려졌다. 하지만 <판도라>가 모태펀드 투자를 받지 못했다는 전말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특정 영화뿐만 아니라 창업투자사 선정에도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체부는 당시 청와대 교문수석실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 캐피탈 원, HQ인베스트먼트, 일신창투, 유니온 투자파트너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GB 보스턴, 미시간 벤처캐피탈 등을 모태펀드의 운용사 부적격 대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시를 전달받았다. 특히, <변호인>에 투자한 캐피탈 원은 모태펀드가 출자하는 투자조합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고, <변호인>을 배급한 NEW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 밖에도 청와대는 배우 문성근과 명계남이 출연하는 영화에 모태펀드 지원 배제를 지시했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10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조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