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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수상자들의 한국 방문기
김소미 사진 최성열 2018-02-21

함께 꾸는 영화의 미래

ⓛ 한국 연수 프로그램 4일차, 중국 청년감독들이 영화제 심사위원이었던 박광현, 조성희 감독과 만났다. 우얼쿤 비에커·궈진보·박광현·조성희·롱잉·한슈아이·왕펑 감독(왼쪽부터). 박광현 감독은 “선후배가 아닌 동료감독으로 대화하고 싶다”라고 간담회의 운을 뗐다. 이어 조성희 감독이 “우얼쿤 비에커 감독의 <구출>을 보고 현재 활동 중인 상업영화 감독인 줄 알았다”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참가자들의 작품에 대해 박광현 감독은 기성 영화 못지않은 유려한 미장센을, 조성희 감독은 단편영화임에도 배우들의 연기가 안정적인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한국과 중국의 청년 감독을 양성하고 양국의 우호 증진을 도모하는 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가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 영화제의 장점은 입상한 중국 감독들에게 한국에서의 연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지난 3회를 거치며 영화제에서 수상한 중국 감독들은 한국 영화산업 연수를 통해 강제규, 이석훈 감독 등 충무로 베테랑 감독들을 만나고 서울 액션스쿨 등 한국 영화산업 현장을 방문해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다. 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가 막을 내린 지 두달, 중국 수상 감독들은 한국 영화산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연수 프로그램을 위해 짐을 꾸렸다. 지난 1월 28일 입국한 참가단은 2월 2일 출국하기까지 엿새간 하루도 쉬지 않고 영화 제작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치열한 일정을 소화했다.

중국 감독들의 본격적인 일정은 1월 29일 민희경 CJ 사회공헌추진단 단장과의 환영 오찬을 시작으로 CJ 파워캐스트 DI 작업실 방문, 서울영상위원회 공간 견학으로 채워졌다. 다음날인 30일, 참가단은 VR콘텐츠 제작사인 이브이알 스튜디오를 방문해 구범석 감독을 만났다. 3월 개봉예정인 국내 최초 극장용 VR영화 <기억을 만나다-첫사랑>의 촬영본을 함께 보면서 실질적인 제작 과정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360도 화면에서 조명을 숨기는 노하우 등 생생한 현장정보에 관심을 보였다. 오후에는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중국 감독들의 수상작 7편을 선보이는 2018 중국청년단편영화상영회가 열렸다. 왕펑 감독은 자신의 코미디영화에 대한 객석의 호응을 보자 “동료들에 비해 제작비는 적었지만 한국 관객의 웃음 포인트는 제대로 잡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장영엽 <씨네21> 기자는 “현대 중국 사회의 풍경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들이 돋보인다”고 전했다.

4일차인 31일에는 영화제 심사위원이었던 박광현, 조성희 감독과의 간담회가 마련됐다. <웰컴 투 동막골> <늑대소년> 등 두 감독의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궁금해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박광현 감독은 올해 출품작들에 대해 “만듦새 면에서는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라고 칭찬하면서도 “신인답게 좀더 도발적인 아이디어와 태도로 밀어붙여도 좋겠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5일차인 2월 1일은 참가자들이 유독 기대하던 파주 일정이 잡혀 있었다. 중국에서 리메이크되는 <베테랑>의 조연출을 제의받기도 했던 우얼쿤 비에커 감독은 서울액션스쿨에서 만난 정두홍 무술감독과 첫 만남부터 끈끈한 동지애를 보이기도. 신인감독으로 무술팀과 의견 조율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나는 감독의 것. 네 마음대로 하라”면서 후배감독을 아낌없이 독려하는 모습이 현장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이어서 찾은 특수효과 업체 데몰리션 스튜디오에선 한국영화는 물론 펑샤오강, 오우삼 감독의 중국영화에 사용된 장비들을 차례로 살폈다. 연상호 감독의 <염력>에서 공중을 나는 효과를 위해 개발된 장비가 새롭게 공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에서는 국내 유일의 필름현상소와 복원 작업실 등을 차례로 견학했다.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 필름이 복원된 결과물을 본 후 보존고로 이동한 롱잉 감독은 보존고의 필름들이 최대 1천년 이상 유지된다는 설명을 듣고 “정말 위대한 작업이 이뤄지는 공간”이라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마지막 일정을 마친 중국 감독들은 아쉬움을 안고 다음날 고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롱잉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고민을 다시 복기하게 됐다”면서 “한국에서 다양한 만남을 통해 나의 영화적 근원을 다시 되짚어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슈아이 감독은 “영화를 통해 한국의 또래 감독, 청년들과 다시 한번 교류하고 싶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이어지는 지면에서는 5박6일간 계속된, 중국 감독들의 뜨거웠던 연수 일정을 보다 자세히 소개한다.

② 행사 3일차, 바른손 이엘에이와 이브이알 스튜디오가 공동 제작하는 <기억을 만나다-첫사랑>의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보는 중국 감독들. 구범석 감독이 VR영화의 360도 화면을 강조하자 왕펑 감독은 “그동안 고정된 프레임을 바탕으로 미학을 구축해온 영화 역사 속에서 VR영화를 어떤 위치에 놓아야 하는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③ 행사 3일차 오후, 우얼쿤 비에커 감독이 2018 중국청년단편영화상영회에서 참가 소감을 전하고 있다. “한국영화를 무척 좋아한다”던 우얼쿤 비에커 감독은 대상 수상작인 <구출>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내 영화가 좋았는지 대답해달라”고 직접 객석의 관객에게 말을 걸었다. 관객은 곧바로 박수로 화답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한슈아이 감독이 “나한텐 내 영화가 좋았는지 안 좋았는지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④ “드라마와 액션 연출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행사 4일차, 참가자들이 서울액션스쿨을 찾았다. 한슈아이 감독의 질문에 정두홍 무술감독은 “액션도 결국 드라마다.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의 흐름”이라고 답했다. 정두홍 감독은 이날 시나리오에 기반한 액션 연출, 감독과의 유연한 소통 등을 강조하며 “때리고, 부수고, 싸우는 것”은 액션의 본질이 아님을 강조했다. “한국영화의 액션엔 진실성이 느껴진다”는 궈진보 감독의 말엔 “한국은 액션의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전통 무술에 기반한 중국 액션에 현대적인 기반을 더하면 엄청난 상품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⑤ 행사 4일차, 데몰리션 스튜디오에서 한쪽 벽면에 모아둔 무기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왕펑 감독. 관계자가 다가와 “오우삼, 펑샤오강 감독님 작품에서 실제로 쓰인 무기”라고 밝히자 감독 모두 깜짝 놀라는 풍경이 포착되기도 했다.

⑥ 서울액션스쿨은 요즘도 연일 바쁜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연습실 안쪽에 자리한 화이트보드에는 <인랑> <사바하> <스윙키즈> 등 현재 참여 중인 영화 리스트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참가단이 방문한 이날도 촬영을 앞두고 훈련 중인 학생들이 가득했고, 정두홍 무술감독은 학생들을 한데 모아 중국 감독들을 소개했다. 정두홍 무술감독은 “액션스쿨을 위한 단독 시설은 전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면서 “서울액션스쿨의 영향으로 베이징에도 곧 액션스쿨이 생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⑦ “이거 무지 비싼 기계라는데?” 행사 4일차 오후, 우얼쿤 비에커, 왕펑, 롱잉 감독(왼쪽부터)이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의 필름현상소 내부를 살펴보는 중이다. 세 사람은 특히 인화 기계를 가까이서 보게 되자 눈을 반짝였다. 손상을 입은 필름을 최대한 깨끗하게 뽑아내는 프랑스산 기계다. 한국에서 마지막 남은 필름현상소는 그동안의 견학 프로그램 중 참가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보존 작업에 대한 경외심과 필름에 대한 애정이 반응 곳곳에서 묻어났다.

⑧ 참가자들이 파주보존센터 색재현실에서 색보정 작업물을 한데 엮은 메이킹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색보정의 기본 원칙과 원리를 묻는 롱잉 감독의 질문에 전문 용어가 섞인 어려운 답변이 돌아오자 통역사가 이를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감독들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부터 조성희 감독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 이르기까지 영상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한국영화를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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