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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호의 <콘택트> 그런 전율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 출연 조디 포스터, 매튜 매커너헤이, 제임스 우즈, 존 허트 / 제작연도 1997년

내 인생의 영화를 단 한편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콘택트>를 선택할 것이다. 조디 포스터 주연의 1997년작 <콘택트>를 말하는 것이다. 만약 2017년에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Arrival>이 떠올랐다면 당신은 나와 같은 아재가 아니라는 뜻이리라. 당시 대학 2학년 공대생이었던 나는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특수시각효과(VFX)를 직업 삼아 살아가는 어엿한 40대 중년이 되었다.

1997년 여름 우연히 응모 끝에 당첨된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무슨 장르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래서 이 이야기의 끝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라는 질문을 되뇌며 영화 속으로 빨려들어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내가 마치 주인공 엘리(조디 포스터) 대신 머나먼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온몸 근육마다 긴장감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만약 인류가 외계 생명체와 조우하게 된다면 첫 번째로 드는 감정은 공포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온다면 많은 사람들은 종교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 영화에서처럼 종교와 과학의 가치관이 서로 대립하면서 갈등으로 표출될 것이다. 이러한 소재는 이후에도 여러 영화에서 차용됐지만 <콘택트>만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 예를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일 당장 이러한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현실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이다. 분명 외계인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외계인을 한번도 등장시키지 않는 연출 방식이 당시로서는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18시간 동안 녹화된 노이즈 영상을 이용한 결론 또한 마음에 들었다.

원작 소설의 저자인 칼 세이건의 또 다른 저서 <코스모스>에서 발췌해 인용되었다는 “이렇게 넓은 우주에 우리뿐이라면 엄청난 공간 낭비가 아닐까”라는 명대사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조차 최소한 감성적으로는 외계인의 존재를 쉽게 반박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 하나의 명대사인 “시인이 왔어야 했어” 이후 펼쳐지는 아름다운 광경은, 몰디브 해변에서 밤하늘에 가득 찬 별들을 올려다보는 것을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로 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몰입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던 시절이 있었는데 VFX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영화를 보는 것이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게 되었다. 영화 자체의 스토리에 집중하기보다는 CG 작업을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직업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전율과 감동을 잊지 못한다. 나 역시 이런 영화 제작에 참여하여 크레딧에 내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살다보니 지금에 이르게 됐다. 그동안 한국영화도 소재가 다양해지고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한국에서도 이처럼 우주를 소재로 한 스케일이 크면서도 감동적인 영화가 제작되기를 바라며, 그러한 작품이 제작된다면 나에게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희망해본다.

최완호 덱스터 R&D 슈퍼바이저. 근작으로 <신과 함께-죄와 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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