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백>
감독 이지원 / 출연 한지민, 이희준, 김시아, 권소현, 백수장, 장영남 / 제작 영화사 배 / 배급 미정 / 개봉 미정
● 시놉시스_ 전과자라는 신분 때문에 누구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살아가던 백상아(한지민)는 형사인 장섭(이희준)을 통해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던 친모의 죽음을 접한다. 잊고 지냈던 엄마에 대한 감정 때문에 마음이 요동치던 어느 날, 길에서 아동학대의 흔적이 역력한 지은(김시아)을 만난다.
● 포인트 : 쿨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_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미쓰백’은 어린 지은이 상아를 부르는 호칭이다. 9살짜리 소녀에게 쿨하게 자신을 ‘미쓰백’이라 부르라 하는 상아는 일찍부터 홀로서기를 하며 거친 삶을 살아낸 여자다. 세상의 날선 편견 속에서 마음의 문을 닫고, 세차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상아는 캐릭터 그 자체로 충분히 강렬하지만, 이 인물을 배우 한지민이 연기한다는 것도 기대감과 호기심을 높인다. 이지원 감독은 “앞으로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들려주기도 했다.
<미쓰백>은 폭력의 경험을 안고 맹렬하게 살아가던 여자 백상아(한지민)가 자신을 닮은 9살 소녀를 만나 그 소녀를 폭력의 세계로부터 구원하는 이야기다. 아동학대 실화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시기적으로 지금 당장 필요한 목소리를 담고 있는 영화다. 이지원 감독은 “지금도 어딘가에 영화 속 지은이(김시아) 같은 아이들이 있을 텐데, 사람들이 주변의 학대받는 아이들에게 좀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미쓰백>은 지난해 4월 크랭크업해, 현재는 후반작업 막바지 중이다. <번지 점프를 하다>(2000) 연출부로 영화 일을 시작해, <주홍글씨>(2004) 스크립터, <우아한 세계>(2007) 윤색을 거쳐 <미쓰백>으로 연출 데뷔를 앞두고 있는 이지원 감독을 만났다.
-최근 고준희양 사건으로 아동학대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어젯밤에 관련 뉴스를 보는데 화가 나서 잠을 못 이뤘다. <미쓰백>의 이야기를 구상한 것도 아동학대 사건이 연달아 터지던 때였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 한달 만에 완성했다. 학대가 자행되던 집을 탈출해 스스로 제 삶을 찾아가려 했던 아이가 눈에 밟혀서 이 이야기를 꼭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희야>(2014), <도가니>(2011) 같은 작품과 비슷한 결의 영화이지 않을까 싶은데.
=<도가니>가 사회적, 법적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영화라면 <미쓰백>은 백상아라는 개인의 시선과 감정을 따라가면서 개인이 어떻게 한 아이를 구원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다. 상아는 전과가 있는 인물이고 거칠게 살아온 사회적 약자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이를 구원하려 한다. 사회의 시스템과 제도에만 기대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다. 학대당한 아이를 발견해 신고한다 하더라도 결국엔 시설에 맡겨야 되는데, 시설에 들어가기도 쉽지가 않다. 친권의 힘이 강하고, 가해자 부모에 대한 처벌은 약하다. 시스템의 모순도 영화에 담았지만, 기본적으로는 상아라는 캐릭터를 통해 또 다른 방식의 구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미쓰백’으로 불리는 백상아는 전에 보지 못한 강렬한 여성 캐릭터가 될 것 같다.
=여성감독도 부재하고, 여성 캐릭터가 중심인 영화도 드문 현실이다. 표면적으로는 여성 원톱 영화로 보이지만 캐릭터의 사고와 행동은 주체적이지 못한 영화들도 있다. <미쓰백>의 상아는 자신의 사고와 의지가 분명한 여성이다. 고통받는 지은을 만났을 때도 스스로 아이를 구원할 방법을 찾는 주체적인 캐릭터다. 상아의 옆에는 그녀를 돕고 싶어하는 형사 장섭(이희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아는 끝까지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하려 한다. 부모에게도 버림받고, 세상에서도 버림받은 상아에게 믿을 건 자신뿐인 거다. 누구에게도 쉽게 도움받지 않으려는 상아의 모습이 내겐 자연스러웠다. 지금의 한국영화계에서 감독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를 생각했을 때, 그런 멋진 여성 캐릭터를 선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상아 역에 한지민을 캐스팅했다.
=지민씨가 물어보더라. 시나리오 쓸 때 누구를 생각하고 썼냐고. 페넬로페 크루즈, 루니 마라라고 답했다. (웃음) <밀정>(2016) VIP 시사회 뒤풀이 자리에서 우연히 지민씨를 봤다. 고전적이고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의 이미지는 그것과 다르더라. 속이 단단하고 강한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 그러고 며칠 뒤 지민씨가 <미쓰백> 시나리오를 읽고 먼저 이 작품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이런 게 운명이구나 싶더라. 영화를 만들 때 일순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캐릭터다. 캐릭터에 배우를 억지로 구겨넣어도 안 되고, 배우에게 맞도록 캐릭터의 물을 빼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상의 결과는 캐릭터와 배우의 시너지가 극대화되는 건데, 이번에도 그 과정에 공을 많이 들였다.
-백상아만큼이나 지은 역의 아역배우를 캐스팅하는 일도 중요했는데.
=기획 단계에서부터 가장 큰 숙제이자 짐이었다. 지민씨가 캐스팅되기 전부터 지은 캐릭터 오디션을 진행했다. 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연기 경험이 전무한 11살 김시아라는 친구가 캐스팅됐다. 시아와는 촬영 전 거의 매일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누며 가까워지려 했다. 시아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지은이 되기 위해 밥도 조금 먹고 머리도 감지않는 모습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그 나이에 벌써 메소드 연기를 하더라. (웃음)
-함께한 스탭들의 면모도 궁금하다.
=저예산영화인데도 최고의 스탭들이 함께했다. <무뢰한>(2014)의 강국현 촬영감독, <더 킹>(2016)의 이나겸 미술감독, 모그 음악감독 등 참여하는 스탭들이 한마음으로 ‘이 영화는 무조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힘을 보탰다. 여성감독의 데뷔작이고,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라 촬영 전에 걱정도 했는데 괜한 기우였다. 촬영이 정말 행복했다. 또 의도한 건 아니지만 헤드 스탭들 대부분이 여성이어서 현장에서 성별로 인해 겪는 어려움은 없었다. 첫 영화 치고 운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