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망생 헌(이관헌), 은(김강은), 준(성호준), 경(서원경) 등 4명의 인물이 연극 <사중주>의 주역 미래(김소희)가 이끄는 연기 워크숍에 참석한다. 훈련 내용은 이렇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짜장면과 짬뽕이 손바닥 위에 있다고 상상하고 손을 움직이기, 앞사람은 뒷사람을 믿고 편하게 뒤로 넘어지고 뒷사람은 앞사람을 배려하면서 지탱하기, 상대의 움직임을 거울처럼 따라 하기, 짝을 지어 상황에 따른 즉흥연기 펼치기 등이다. 이후 미래는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미션 하나를 준다. 현이라는 인물의 일기를 바탕으로 각각 시기를 분담해 현의 삶을 살아보라는 것이다. 현의 삶인지, 배우들 각자의 경험인지, 극인지, 삶인지 혼란한 이야기들이 뒤섞인 채 펼쳐진다.
연기 워크숍을 소재로 삼은 <나의 연기 워크샵>은 연극에서 출발한 안선경 감독이 자신의 뿌리를 더듬은 작품처럼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워크숍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기록하는 매체의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영화는 좀더 복합적인 것으로 나아간다. 식당에서 벌어진 참가자들의 대화가 상황극이었음을 뒤늦게 드러내면서 영화적 진실을 의심케 하는 동시에, 상황극에 몰입해 눈물을 흘리는 배우의 모습을 통해 극적인 것이 진실을 훼손할 수 없음을 강변한다. 카메라의 이동성은 무대를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일종의 확장로로 작용하며, 연기와 삶을 둘러싼 주제에 다가가도록 안내한다. 캐릭터와 배우의 관계에서 출발해 무대 연기와 일상의 삶, 연극과 영화, 진실과 거짓, 사건과 기억 등 연기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성들이 마치 퍼즐 조각처럼 끼어든다. 21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전-감독상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