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당신은 누구였습니까?
각기 다른 개성의 배우 지망생인 네 사람 ‘헌, 은, 준, 경’은 연극 [사중주]를 보고 연기 워크샵에 참가하게 된다.자라온 삶도, 지금의 꿈도 전혀 다른 네 사람은 베테랑 배우 ‘미래’로부터 한 달 간 연기 훈련을 받는다.
‘연기’와 맞닥뜨린 네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어떤 것을 먼저 꺼내놓는지 그리고 지금 연기를 배우고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네 사람은 과연 연기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게 닿을 수 있을까.
사실은 모두 평생을 연기하면서 사는거야
2017.12 ‘배우가 되는 신비로운 체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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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의도]more
수년 간 배우가 되려는 이들을 위해 영화연기 워크샵을 진행해 왔다. 이들 중에는 연기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막연히 연기를 통해 자신의 꽉 막힌 삶을 뚫어 보고자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이들의 연기에는 자신만의 강박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연기를 배우는 과정은 곧 자기와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 속에서 이들이 용기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상황에 자신을 내던지는 순간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나는 이것이 연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PRESS KIT
REVIEW_ 영화저널리스트 김현민
안선경 감독은 실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네 명의 배우들을 대상으로 연기 워크숍을 진행했다. <나의 연기 워크샵>은 그 워크숍의 연장이자 변주, 어쩌면 실전 코스일 것이다. 연기를 한다는 것, 그러니까 배우가 캐릭터를 입는다는 것은 단지 대상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가 느끼는 생의 감각을 온몸으로 부딪쳐 함께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영화는 연기 워크숍을 통해 캐릭터를 만나기에 앞서 각자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는 네 인물의 발걸음을 비춘다. 이 여정은 ‘기꺼이’라고 말하기엔 우연적이고, ‘분연히’라고 말하기엔 괴롭다. 파편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덮쳐오는 거대한 삶의 사건이기도 하다. 캐릭터를 맞이하기 위한 자신의 깨어짐. 그렇기에 이 과정은 숭고한 종교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는 분장실에 앉은 헌이 거울 속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의 연기 워크샵>은 거울상과 실체의 경계를 자주 허문다. 영화에 최초로 등장하는 ‘극중극’(헌과 경의 만두 신)은 이렇다 할 표식 없이 들이닥친다. 그들은 알다시피 연기 워크숍 중이지만 그런데도 우리는 속아 버린다. 장면이 전환되고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면 그때는 눈앞의 현상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으려 한다. 이 또한 극중극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또 다시 그 의심 혹은 기대를 배반한다. 극중극 외에 이 영화의 지탱하는 다른 한 축은 인물들의 자기 고백적 서사다. 그렇다면 이것은 자신의 본명으로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실제 이야기인가? 이 영화의 큰 매력 중 하나가 아직은 낯선 배우들이 뿜어내는 본연의 생기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인 것은 아니다. 네 배우 지망생들이 탐구 중인 ‘현의 일기’ 또한 놀랍도록 인물들 저마다의 개인사와 포개진다. 그것은 영화 밖 관객의 역사와도 분명 어느 지점에서든 교집합을 이룰 것이다. 영화 속 인물이 극중극을 하고 있든, 자신의 이름을 단 영화 속 캐릭터에 충실하고 있든, 영화 밖 실제 자신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흉내 내고 있든 간에 우리는 어떤 것도 명징하게 구분해 낼 수 없다. 영화의 시간이 흐를수록 경계라는 것은 점차 희미해지고 구분짓기는 무력해진다. 그런데 단 하나 분명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객석에 앉은 우리가 그들의 감정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감정이 거기에 얽혀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실과 가상이 끊임없이 서로 참견하고 끼어든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메타극인 동시에 치유극이다.
REVIEW_ 영화저널리스트 김현민
연기 워크숍에서 네 인물들을 가르치는 베테랑 배우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꿰뚫어 보는 듯하다. (공교롭게도 이 배우의 이름은 ‘미래’다.) 그저 숨 쉬고 바라보고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미래에게는 너무 쉽게 들켜버린다. “널 안 꺼내고 연기할 순 없어.” 미래의 이 말이 마치 이렇게 들렸다. “널 안 꺼내고 살아갈 순 없어.” 과거와 현재를 직시하지 않고는 미래와 손잡을 수 없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환부를 열고 아픔을 재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미래를 연기한 배우 김소희의 얼굴에서 가장 진하게 묻어났던 감정은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다. 극중에 등장하는 연극 [사중주]에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는 어렵지 않게 기형도의 시 [오래된 서적]을 연상시킨다. 기형도는 자신의 생을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라 표현하며,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라고 덧붙인다. 여기서 그가 노래하는 감정이 절망과 자학인지 아니면 우월감의 우회적 표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나의 연기 워크샵>이 그간 들여다보지 않았던 각자의 페이지를 펼치게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질식할 것처럼 숨이 막히고 두려울 수 있다. 슬픔을 느끼고, 화가나고, 창피할 수 있다. 하지만 뜻밖의 기쁨과 황홀감을 얻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