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의 낡은 집. 작곡가 C(케이시 애플렉)와 M(루니 마라)의 일상은 C의 사고사로 흩어진다. <고스트 스토리>의 시작은 이 지점이다. 시체안치실에 누워 있던 C의 영혼은, M의 추도 이후 깨어나 그들이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온다. C의 영혼이 늘 곁에 있지만 M은 이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비네팅 처리된 1:33의 화면비율. 유령이 점거한 연인의 집은 적막하고 쓸쓸하다. 카메라는, 이 영화의 압도적 순간이라 칭해야 할 4분여의 롱테이크로, M이 토할 때까지 파이를 구겨넣는 장면을 목도한다. M이 슬픔에 겨워 누워 있을 때도, 바삐 어딘가로 뛰쳐 나갈 때도, 시간이 흘러 새로운 연인과 키스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다. 이 공간을 유영하는 시선은, 언제나 이 시공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는 C의 존재다. C가 마침내 집(M)을 떠날 때도 C의 사랑은 그렇게 공간에 묶여 있고 그래서 처연하다. 새로 이 집에 이사온 남자는 ‘삶의 유한함’과 그럼에도 영속되는 예술의 가치를 설파하고, C는 유령인 채로 그 유한한 시간을 다채롭게 경험한다.
함께 살아 있던 어떤 밤, 둘은 정체불명의 건반 소리를 듣는다. “거기 뭐 있어?” “모르겠어. 뭐가 피아노에 떨어졌나봐.” 우리가 흔히 흘려보내는 미세한 파장들의 감지, <고스트 스토리>는 이 모든 미스터리한 것들과의 조우를 꿈꾸는 영화다. 화이트 시트를 쓰고 스윽 발걸음을 움직이는 유령 C의 존재는 공포보다는 슬픔과 때로 우스꽝스러움의 집약체다. 마치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2003) 속 느리고 애잔한 움직임이 떠오른다. 케이시 애플렉이 영화 내내 시트를 덮은 차림으로 등장하는데, 뚫린 눈구멍만으로도 혼란스러운 C의 감정을 완벽하게 표출해낸다. 시공간이 사라진 후에도 연인이 숨겨놓은 비밀스러운 문구를 찾으려는 M의 헛수고가 잔상처럼 남는다. 디즈니 모험극 <피터와 드래곤>을 연출한 데이비드 로워리가 각본과 편집에 참여했다. 신선한 아이디어를 뛰어넘는,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들이 빼곡히 스며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