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을 가득 메운 ‘독립영화 제작에서 배급까지, 2017년 창작자들의 경험을 나누다’ 토크포럼.
시스템의 붕괴 혹은 부재 속에서 독립영화인들은 여전히 각개전투 중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독립영화의 생태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의 첫 번째 토크포럼인 ‘독립영화 제작에서 배급까지, 2017년 창작자들의 경험을 나누다’가 지난 12월 4일 CGV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열렸다. <재꽃>을 만든 안보영 프로듀서가 사회를 맡았고 <꿈의 제인>의 조현훈 감독, <분장>의 남연우 감독, <불온한 당신>의 이영 감독, <초행>을 제작하고 <춘천, 춘천>을 연출한 장우진 감독, 그리고 제작사 아토의 대표이자 <용순>을 만든 제정주 프로듀서가 패널로 참석했다.
감독, 각본, 편집, 주연까지 도맡아 <분장>을 완성했던 남연우 감독. 영화 예고편은 물론 뮤직비디오까지 직접 편집했다고.
우선 주요하게 언급된 문제는 출연료와 인건비였다. 영화진흥위원회 및 소수의 펀딩을 제외하면 제작비 조달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촬영에 드는 최소비용을 제하고 나면 결과적으로 인건비를 줄이게 되는 악순환이 관행처럼 자리잡은 상황. 장우진 감독은 “대학원 펀딩과 자취방 보증금을 뺀 돈으로 스탭들에게 최저시급 이상의 임금은 줬다. 하지만 이 또한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라며 운을 뗐다. 표준근로계약제 등 스탭들의 처우 개선 방안이 조금씩 마련되고 있으나 여전히 적정 수준의 임금 지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자성과 고민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소속 단체나 공동 제작자 없이 1인 제작을 시도한 조현훈 감독은 “연출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스탭을 꾸리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감독이 다양한 인력 풀과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정주 프로듀서는, 메이저 기업이 독립영화 배급을 주저하고 독립영화에 맞는 배급 노하우를 지닌 회사들은 한정되어 있는 열악한 실정을 언급하며 “해외 세일즈는 더욱 어렵다. 소규모 제작사나 감독 홀로 각국의 영화제, 필름마켓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기관 차원에서 해외 세일즈 정보를 체계적으로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토크포럼 참석자들은 표준근로계약제 등 스탭들의 처우 개선 방안이 조금씩 마련되고 있으나 여전히 적정 수준의 임금 지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자성과 고민을 토로했다.
배급의 어려움은 자연스레 상영 플랫폼 문제로 연결됐다. 이영 감독은 “교차상영으로 인해 홍보조차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열려 있는 빈 극장을 보면서 극장 개봉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됐다”며 다큐멘터리 배급 과정의 고질적 문제를 꺼냈다. 객석에 있던 <천안함 프로젝트>의 백승우 감독이 모바일 플랫폼 마련을 제시하는가 하면, 패널들은 와이드릴리즈 방식이 아닌 단관개봉, 장기상영 체제의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그 밖에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5천여명, 공동체 상영으로 5천여명의 관객을 만난 <불온한 당신>의 사례를 통해 공동체 상영 같은 대안적 방식의 활성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더불어 안보영 프로듀서는 “독립영화를 꾸준히 찾는 관객층의 피드백 역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날의 포럼은 올해 독립영화의 저력을 확인시켜준 창작자들이 가감 없는 고민과 포부를 들려준 중요한 자리였다. 이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개별 사례를 넘어 독립영화 제작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책으로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