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고등학교 2학년인 승진과 지선, 밤이면 몰래 집을 나와 육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지나가는 차에 담배꽁초를 던지며 즐거워하는 10대 소녀들.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승진은 사진 전시회를 보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다소 수줍은 성격이지만, 지선은 과외수업을 하던 사촌오빠를 유혹할 만큼 과감하다. 단짝친구지만 지선은 승진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마음만 내키면 승진을 내버려두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린다. 어느 날 밤 사촌오빠와 섹스를 한 지선이 승진을 찾아온다. 둘의 밤은, 그저 막막하고 뚜렷한 이유없이 힘든 시기를 위로하는 유일한 탈출구이다.■ Review <둘의 밤>은 <고양이를 부탁해>의 예고편격인 영화이다. 단편영화를 만들 때부터 정재은 감독은 성장기 소녀의 이야기에서 정서적 공감을 끌어오는 특별한 재능을 발휘한다. 성격이나 집안환경은 다르지만 두 소녀는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안이 된다. 작은 갈등이 있으나 극의 후반부에 이르면 둘은 서로의 고민을 알게 된다. 아니, 고민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는 것으로 미묘한 파동이 전달된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배두나와 옥지영이 나누던 우정의 한순간이, 장편영화의 울림만큼은 아니지만 분명히 전해지는 영화이다. 정재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난 삶의 어느 한순간, 특히 성장의 한순간에 관심이 많다. 특정한 시기를 평면으로 늘어놓는 게 아니라 한순간을 깊이 파고들고 싶다.” 제2회 일본 피아영화제 초청작. 남동철 namdong@hani.co.kr